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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수염에 귀조차 보이지 않는 동생 동파야 듣거라

by taeshik.kim 201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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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3(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수염 선수권대회' 참가자 중 한 명(연합DB/원출처EPA)



한시, 계절의 노래(192)


장난으로 짓다(戲作)


[宋] 소소매(蘇小妹) / 김영문 選譯評 


한 무더기 시든 풀이

입술 사이로 뻗어 있고


수염이 귀밑머리 이어져

귀조차 종적 없네


입꼬리 몇번 돌고도

입 찾을 수 없었는데


갑자기 털 속에서

소리가 전해오네


一叢衰草出唇間, 鬚髮連鬢耳杳然. 口角幾回無覓處, 忽聞毛裏有聲傳. 


북송의 소동파(蘇東坡: 蘇軾)는 중국 전체 문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룬 대문호다. 앞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그의 부친 소순(蘇洵)과 그의 아우 소철(蘇轍)도 소동파와 함께 당송팔대가에 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중국 민간 전설에는 소식의 누이가 등장한다. 정사의 기록에 의하면 소식은 3남3녀 중 둘째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의 형, 큰 누나, 둘째 누나는 모두 요절했고, 소식은 그보다 한 살 많은 셋째 누나, 그리고 아우 소철과 함께 성장했다. 이름이 소팔낭(蘇八娘)으로 알려진 소식의 셋째 누나는 딸 중에서 막내였기 때문에 소소매(蘇小妹)로 불렸고, 이로 인해 중국 민간에서는 소소매가 소식의 누이동생으로 잘못 알려지게 되었다. 소소매는 부친 소순, 아우 소식,소철과 마찬가지로 문학적 소양이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원대 오창령(吳昌齡)의 잡극 『동파몽(東坡夢)』, 명대 풍몽룡(馮夢龍)의 소설 『성세항언(醒世恒言)』, 청대 이옥(李玉)의 전기(傳奇) 『미산수(眉山秀)』에 모두 상큼하고 재기발랄한 캐릭터로 소소매가 등장한다. 그 소소매가 수염과 구레나룻이 귀까지 덮인 남동생(민간에서는 오빠)을 놀리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위의 시가 바로 그것인데 역시 누나보다는 깜찍한 여동생이 지었다고 해야 시적 효과가 극대화 되는 듯하다. 잡초 같은 털 속에서 갑자기 소리가 터져 나온다니 은근히 재미있다. 가히 우열을 매길 수 없는 오누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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