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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아무나 관장하는 시대는 청산해야" 나랑 손잡고 대만으로 떠나는 허준박물관장의 일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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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배의 박물관시대

"누가 박물관장이 되어야 하나"

새해를 맞으며 멋지고 희망찬 글이 아니라

다소 자기 반성적이고 사회의 부응을 요청하는 글을 냈다.

모두가 공감할 순 없겠지만 꼭 한 번 생각은 해보셨으면 한다.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 박물관장 임명의 인사 권한을 갖고 있는 장관, 지자체장들에게 전문성을 오해하여 마지못해 선정하는 그릇된 인사를 하지 마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특히 박물관에 정치적 입장을 투영해서는 안된다.

박물관은 많은 전문 분야들이 협업하여 운영된다.

그 분야들 중 특정한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박물관자체에 대한 포괄적 지식과 전문성, 그리고 높은 도덕성과 포용적 리더십, 대중지향성을 탑재하기를 바란다.

현직에 계신 분들이 그것이 부족하다면 부지런히 채워나가기를 바란다.

이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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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설립 주체와 상관없이 공공의 문화자원이다. 박물관장은 그 운영과 성장을 책임지는 공공의 사회적 책무를 지닌다. 특히 국공립박물관장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최근 국공립박물관장 자리에 ‘아무나’ 임명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심각한 문제다. 공립박물관 평가인증 결과에 따르면 전문성이 결여된 박물관장이 절반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태는 임명권자가 박물관장을 ‘적당한’ 소양을 갖춘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결과다. 이는 결국 박물관의 리더십 부족, 운영 전문성 부재로 이어져 각종 문제가 발생하거나 변화와 성장 없이 쇠락해 가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박물관장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무엇인가.

첫째는 박물관의 특수성에 기반한 리더십이다. 많은 박물관이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자 귀중한 문화유산을 다루는 만큼 그 관리와 유통에 대한 전문성과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동시에 다양한 고용 형태와 전문 영역을 가진 조직 내 전문인력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고도의 조직 관리 역량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둘째는 대중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감각과 노력이다. 박물관을 즐기는 세대가 다양해지고 그 방식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박물관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의미를 창출해 향유 대상에게 제공해야 한다.

셋째는 박물관의 운영 기술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박물관은 전시와 교육, 연구와 유물 관리, 시설관리와 경영, 홍보 등 분야마다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전시장과 수장고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온습도를 유지하고 유물의 안전을 위해 조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전시에 필요한 자재들은 중성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는 박물관장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은 박물관의 핵심 콘텐츠에 대한 전문지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 박물관들은 대부분 그런 콘텐츠 전문가들이 운영을 맡았고, 그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박물관장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박물관 자체에 대한 전문성이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되면 가장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국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최일선 문화시설인 박물관은 ‘아무나’가 아닌 전문성을 갖춘 리더에게 맡겨졌을 때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에 따라 함부로 박물관장을 임용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사회는 박물관장에게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합당한 처우를 보장하고 명예롭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한다.

많은 공립박물관장이 역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무지한 제도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일관되게 제공되어야 할 박물관의 중장기적인 문화서비스가 단절되면 그에 따른 문화적 손실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김충배 허준박물관장
서울신문 2025. 12. 31


***

내 친구 김충배가 관장 때려치고 나캉 손잡고 새해 대만으로 떠난다. 가서 딤썸이나 실컷 묵고 와야겠다. 

그가 느낀 박물관 생활, lh라는 조금은 더 편안했을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와 외부에서 전시과장과 박물관장을 하며 5년을 부대끼다 절박하다 생각한 바를 투척했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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