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 산하 어느 연구소가 근자 지네들 발굴현장 한 장면이라 해서 공개한 홍보 동영상을 보다가 내가 기가 찼다.
무덤인지 집터인지 확실히 기억하지는 못하겠는데, 그 바닥에서 드러난 와장창한 도기 쪼가리들(그것을 합치면 완형이 될 듯했다)을 수습하는 장면을 홍보영상으로 제작한 것인데, 그래 이걸로 우리 이렇게 좋은 일 한다, 고고학이란 이런 것이다! 이걸 보여주고 싶어했겠지만 막상 그 내용은 경악스러울 만했으니
유물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살살 댓칼을 찔러대고 솔질을 해서 흙을 대강 걷어내는 장면까지야 그래 오케이.
문제는 그 다음이었으니, 그렇게 드러난 도기 조각들은 노출면이 내부임이 분명했는데, 아예 솔로 박박 문지르는가 싶더니 이내 물을 쏟아부어 깨끗이 씻어담는 게 아닌가?
고고학 기본 상식조차 모르는 폭거다. 왜?
이런 도기 자기는 그것을 무엇으로 썼느냐가 중요하며, 그 비밀은 그 내부 잔류물 검출로 드러낼 수밖에 없거니와, 저와 같은 박박 문질러 물로 씻어내기 방식은 그 말살이요 인멸이기 때문이다.
저렇게 박박 문질러 물로 씻어버린 도기 자기에서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모든 도기 자기에 무엇을 담았을 리는 없을 테지만, 분명히 무엇인가, 주로 액체류겠지만, 그것이 무엇이었을지는 오직 그 잔류물 검사를 통해 알 수가 있다.
문제는 한국고고학 현장에서 저런 잔류물 검사는 거의 이뤄지지 아니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저와 같은 방식으로 출현하자마자 그 내부에 남았을지도 모르는 잔류물을 아예 말살 인멸해 버리고 만다.
저것이 어찌 발굴이란 말인가?
물론 모든 출토 유물을 그리할 수는 없겠지만, 그 내부 잔류물을 남았을 만한 유물은 세척을 아예 금지하거나 그것이 아니라 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흙더미가 남아 부패를 심화한다면 모를까 모든 도기 자기류는 원천에서 적어도 내부 만큼은 세척을 금지하는 법령을 발동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우리 수준 혹은 예산으로는 분석할 수 없는 내부 잔류물 검사를 후대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대 분석이 가능하기 위한 절대 조건이 출토 당시 상황의 최대한 보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저 잔류물 분석은 고고학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 어떤 놈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그런 일을 가르치지도 아니하니 왜? 보고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지들도 선생한테서 그리 배웠기 때문이지 뭐가 있겠는가?
뭐 말로만 발굴은 파괴라고 가르치면 무얼 하는가? 지들이 하는 일이 파괴 그 자체인데?
요새 과학이 비약으로 발전해 심지어 그 옛날에 선배들이 박박 문지른 청동기물 내부에서도 그 녹슨 청동기물 틈을 파고든 잔류물 찌꺼기를 검출해 그것을 분석해 아! 이 그릇은 스튜를 요리하는 데 썼다! 이런 걸 밝혀내는 시대다.
또 조금 전 우리가 전했지만, 중국에서는 4천 년 전 저런 도기 내부 잔류물을 분석해 그것이 술을 담그는 데 사용한 용기였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시대다.
마도 침몰선 중 하나로 기억하는데, 상감청자를 보니 그 주둥이에 죽패인가 목패가 달려 있었는데 놀랍게도 꿀단지라는 내용이었다.
이건 문자가 있어 꿀단지임을 알 수나 있었지 저런 유물이 예컨대 어느 고려시대 무덤에서 아무런 징표도 없이 나왔다 치자, 그것이 꿀단지로 사용됐다는 흔적은 오직 그 내부에 남았을지도 모르는 찌꺼기 분석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예컨대 밀랍 성분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기초 중의 기초하는 분석이 기이하게도 한국고고학 현장에서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하다다는 사실이 더 기이하다.
이러고도 무슨 고고학을 한단 말인가?
그러니 매양 하는 말이 도기 자기 모양 타령이라, 한국고고학 글 백 편 중 아흔아홉편이 저딴 거지 같은 양식론 편년론밖에 없다.
말하지만 모든 고고학 출토 유물은 세척을 금지하라!
[독설고고학] 발굴이 분석을 압도하는 기현상
https://historylibrary.net/entry/DOKSEOL-1
중국 청동기 무덤 도기 잔류물서 발효주 흔적 찾았다!
https://historylibrary.net/entry/Chinese-Red-Rice-Wine-Recipe
중국 청동기 무덤 도기 잔류물서 발효주 흔적 찾았다!
[편집자주] 이 아티클은 중화권 영어 저널 South China Morning Post을 인용한 것이라, 이에서 말하는 개념과 그것이 말하는 실제의 그것을 접합하기가 나로서는 쉽지는 않다. 관련 아티클 토대가 된 중
historylibrary.net
시칠리아 말 도입은 기원전 2천년대
https://historylibrary.net/entry/4-169
시칠리아 말 도입은 기원전 2천년대
제기서 말고기 흔적 검출, 말 역사 천년이나 당겨 고대 도기가 청동기시대 시칠리아 말의 존재에 대한 가장 초기 증거를 드러내다by Georgia Jackson, University of South Florida선사 시대 시칠리아에 대한
historylibrary.net
5천년 전 청동 가마솥 분석했더니 유제품 스튜 흔적 드러나
https://historylibrary.net/entry/%E3%85%87-721381
5천년 전 청동 가마솥 분석했더니 유제품 스튜 흔적 드러나
코카사스 일대 콜드론 내부 잔류물에서 단백질 확인 고대 요리 가마솥cooking cauldrons은 5,000년 전 인류가 무엇을 먹었는지 보여주었다.iScience 저널(20023)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연구팀은 코카서스
historylibrary.net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폴란드 그루지옹츠 인근에서 수입산 로마 시대 에나멜 브로치 (0) | 2025.12.30 |
|---|---|
| 사이비라는 말의 함의, 그것이 향하는 비수 (0) | 2025.12.27 |
| K-팝에서도 데코레이션으로 전락한 한국어, 한국학이 나아가야 하는 길 (1) | 2025.12.26 |
| 마구馬具 환장주의자들한테 고한다, 말 한 마리 키워봐라! (0) | 2025.12.22 |
| 환빠 논쟁 저변을 관통하는 기성 역사학의 공포와 불안 (0) | 2025.1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