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99)
권하는 술을 사양하며(辭勸飲)
[宋] 위양(韋驤) / 김영문 選譯評
주인 마음 진실로
은근한지라
사양해야 하지만
술맛 좋구나
환대 받아 머무는
손님 되려면
술 토하는 사람이
되지 말기를
主意固慇勤, 須辭酒味醇. 願爲投轄客, 不作吐茵人.
중국 송나라 때 유행한 시 형식 중에 사(詞)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당시 유행가 가사를 바꿔 부르는 방식이다. 곡은 그대로 두고 가사만 바꿔 넣는다. 송나라 초기에 유행가 작곡가 겸 가수로 이름을 떨친 사람은 유영(柳永)이었다. 우물가 어디서든 유영의 노래를 부른다고 했고, 그 노래가 고려까지 전해져 유행했으므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그의 사(詞) 작품 「우림령(雨霖鈴)」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오늘 밤 어디서 술이 깼나?/ 버들 언덕,/ 새벽바람 불고 잔월(殘月) 비치네.(今宵酒醒何處? 楊柳岸, 曉風殘月.)” 당시 사람들이 매우 좋은 노래라 여기고 따라 부르자, 소동파가 비웃었다. “이건 뱃사공이 뒷간에 가는 노래일 뿐이다.(此梢工登溷處耳.)” 그러고 보니 새벽에 술 깬 뱃사공이 버드나무 근처 뒷간으로 달려가는 광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술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과음한 후 속이 들끓어 화장실 변기와 오래도록 씨름한 적이 있는 분은 실감 하시리라. 이 시도 소위 ‘오바이트’를 소재로 삼았다. 술 끝 고통을 해결해주는 명주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즐거움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법칙을 상기하기 위함일까? 젊은 시절 벌인 수많은 민폐가 떠오른다. 부디 좋은 술맛만 기억하고 토인(吐茵)의 추억은 잊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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