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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85)
잡시 절구 17수(雜詩絕句十七首) 중 둘째
[宋] 매요신(梅堯臣·1002~1060) / 김영문 選譯評
푸른 풀이
물 속에서 싹이 터
날마다
물 따라 자라네
물 빠지면
어디에 기대랴
헝클어져
죽은 풀 되겠네
靑草生水中, 日日隨水長. 水落何所依, 撩亂爲宿莽.
매요신은 구양수·소순흠과 함께 송시의 이지적 특징을 정착시킨 시인이다. 송시의 이지적 특징은 시인들이 현실 속 자잘한 사물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면서 거기에 깊은 의미를 담아내는 경향을 가리킨다. 당시(唐詩)의 광대하면서도 허황하며 비애롭기까지 한 경향과 분명하게 대조된다. 이는 일상 속 사물을 깊이 사유하고 분석하여 진리를 발견하려는 ‘격물치지(格物致知)’ 자세와 상통하는 경향이다. 송나라 초기부터 성리학적 탐색이 지식인 사회의 주류를 이뤄가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매요신의 이 시에도 송대 지식인 사회의 그런 경향이 매우 짙게 드러난다. 이는 수신(修身)을 모든 인간 삶의 근본으로 삼는 성리학적 자세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푸른 풀이 물속에서 싹이 터서 물만 따라 자라다가 어느 날 물이 빠져버리면 결국 그 풀은 자신의 의지처를 잃고 메마른 풀더미로 전락한다. 우주의 본성을 내면화하고 있는 인간, 즉 소우주로서 인간 개인이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성리학의 궁극적 목표는 어쩌면 치국(治國)이나 평천하(平天下)가 아니라 수신을 통한 개인 인격의 완성인지도 모른다. 살아보면 평천하(平天下)가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수신(修身)이 가장 어렵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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