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유럽이나 보통 새벽 네 시에 깨는 습성은 바뀌지 않았다.
실은 이 시간대가 이런저런 침잠을 하기가 좋다.
고민이 많으면 궁상이 되겠지만 또 고민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새로운 생각을 하거나 무엇을 가다듬을 만한 시간이기도 하다.
하도 많이 걷는 통에
어디 온천욕이나 실컷 했으면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욕조라도 호텔에 있으면야 좀 담그겠지만 싸구려 여행이라서인지 그런 숙소는 딱 한 번 만난 듯 하다.
나아가 유럽도 유럽 나름이요 결국 돈지랄이겠지만 근간에선 욕조 문화가 아닌 듯도 싶은데 모르겠다 난 뜨내기라서.
로마가 목욕문화라 하고 그 시대 배경 삼은 영화나 드라마 보면 공중목욕탕 문화가 매우 발달했는데
물론 그 드라마나 영화 중에선 그런 욕실에서 땀 빼는 장면은 하나도 없고 오직 주지육림을 위한 설정이라
그러고 보면 그런 땀빼는 문화는 한국에서 외려 극성이라 이 목욕 샤워문화만 해도 내 어릴 적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으니
한 달이나 묵혔다가 쇠죽 끌이고 나서 데핀 물로 한 달 낀 때를 불린 다음 오돌토돌한 돌로 밀어제끼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문젠 때만 벗겨지는 게 아니라 아예 피부 껍데기까지 홀라당 벗겨져서 온 피부가 벌개지고 이내 딱지가 앉았으니
그러니 온몸엔 이가 득시글하고 감지 않은 머리는 서케 덩어리요 부스럼 소굴 아니었겠는가?
그땐 모든 엄마가 왜 그리 자식새끼 등때기를 따가울 정도로 때를 박박 밀었는지 모르겠다.
그 벌건 피부로 동동구리모 발랐으니 이 동동구리모도 어찌나 그리 귀했던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 목욕문화 혁명이 공중목욕탕 등장과 더불어 이태리 타올 등장이 아닐까 싶다.
왜 이태리 타올일까?
여기가 그런 타올 문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중해 에게해 문화권을 보면 해면문화라 할 만한데
해조류 중 해면을 그리 선호하는데 이 문화 일부가 한국사회에도 침투했을 것이다.
암튼 대중목욕탕이 유럽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보기는 힘들어 왜 그 본고장에서는 거의 자최를 감췄는데 그 문화가 왜 동아시아를 상륙해 한반도에서 극성을 부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 일종이라 할 온천문화가 있기는 했지만 백성이나 노비는 하늘에서 따는 별이었으니
그릫다고 우리가 일본 같은 화산지대도 아니라서 좋은 온천 역시 귀했으니
그 귀한 광역 수도권 온양만 해도 왕이나 되어야 이용하지 누가 간댕이 부어 왕이 이용하는 온천을 쓴단 말인가?
오죽하면 그런 온천을 행궁行宮이라 했겠는가?
이 목욕문화는 유럽 미국에선 매우 활발해서 그 묵직하거나 흥미찬란한 책은 꽤 많이 국내로도 들어와 있다.
우리는 하도 목욕을 안하고 기껏 변강쇠 등목이나 하고 엄동설한 쇠죽 끓인 물에 한 달에 한 번 하는 때불리기 문화여서 그런지 글다운 글 하나 찾을 길 없다.
뜨신 욕조, 그 후끈한 반신욕이 땡기는 새벽 로마 온천장 테르미니termini 인근 어느 호텔 숙소에서 처량히 그리고 궁상 맞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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