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왜 문화재인가? 무엇이 문화재인가를 전복하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2. 1.
반응형

내가 시간강사라는 이름으로 팔자에도 없는 학생들을 훈육하는 강좌 하나를 맡기로 했던 것은 밝히기 힘든 개인의 곡절이 있었다. 그 이유야 어떠했건, 내가 맡은 교양 강좌 이름이 "한국문화재의 이해와 감상"였다. 말이 거창하지 더 간단히 학적 용어를 빌리면 문화재학 개론이었다. 하지만 이 따위 간판을 달면 누가 수강하겠는가? 


그 명칭이 어떠하건 이런 강좌가 거의 모든 대학에 있는 것으로 안다. 문화재가 붐을 이루면서, 이런 교양강좌 없는 데가 없다. 한데 문제는 교재건, 참고도서건 수강생 수준에 걸맞는 책자가 없다. 나는 애초에 그런 책이 있다 해도 추천할 생각도 없었고, 그리하여 참고도서에는 문화재청 국립박물관 홈페이지 참조라 적었다.



난 이 산하, 전 국토가 자연유산이라고 본다. 곡성 설산상성에서



시중엔 문화재학 개론이니 하는 제목을 표방한 책자가 몇 종 있고, 나아가 대중교양성을 표방한 문화재 관련 책자는 그 숫자가 조금 더 많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 기준을 만족치는 못한다. 이런 강좌 구성을 보면 거의가 예외없이 문화재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그 분류 체계를 문화재보호법에 기초해 설명한다. 하지만 그네들에게 문화재보호법이 중요하겠는가? 나는 무엇이 문화재인가가 하등 중요치 않다고 본다. 나에게 중요하고 절박한 것은 "왜 문화재인가"다. 


그리하여 강좌 첫 시간에 '문화재를 둘러싼 총성'을 강연했다. 그것을 두고 실제 총질을 해대는 캄보디아-태국 국경 세계유산을 고리로 삼아, 독도를 둘러싼 논쟁을 문화재의 관점에서 볼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작년 한일관계의 최대 논쟁 일본 산업유산 등재 역시 총성 없는 전쟁임을 말했다. 이를 통해 나는 문화재는 저 하늘 동떨어진 천상의 궁전이 아니요 우리의 실생활임을 강조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했다.



문경 고모산성



이 강좌를 시작하기 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된 시간부터 나는 내가 생각하는 문화재 개론서 집필을 꿈꾸었다. 그 개론서는 첫째, 흥미로워야 하며 둘째, 그러면서도 철저히 학술적이어야 하며, 셋째, 그러면서도 문화재 구석구석을 망라한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 혹은 생각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것을 한 학기 강좌를 끝내면 책자로 정리해서 내겠다고 생각했다. 


그 꿈은 거개 내 다른 꿈이 그렇듯이 열정의 상실로 이어졌다. 하지만 언제인지 모를 "왜 문화재인가"는 꼭 집필했으면 하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 이상은 June 17, 2016, 내 페이스북 계정 '꿈이 있었다'는 제하 포스팅 전문이다. 이때 나는 해직 중이었거니와, 선문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양 강좌 하나를 출강 중이었다. 이 강좌가 나로선 무척이나 재미가 있었다. 다만, 시간을 빼앗기고, 무엇보다 상대평가에 질겁을 하고는 한 학기만에 그만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