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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용인 건지산 봉수와 이인좌의 난

by 서현99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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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건지산 봉수는 충북 음성의 망이산 봉수의 신호를 받아 석성산 봉수로 연결하는 제2거 노선의 42번째 봉수이자 제2거 봉수 노선의 신호가 경기도에 처음 도달하는 봉수이다.

 

망이산 봉수와 70(27.4), 석성산 봉수와 47(18.4) 떨어져 있는데, 봉수 간 평균 거리가 20이내인 점을 감안할 때, 망이산 봉수와는 꽤 거리가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지산 봉수는 세종실록지리지에서 그 명칭이 처음 등장하여, 1899년 간행된 죽산군읍지(竹山郡邑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볼 때, 석성산 봉수와 마찬가지로 1895년 봉수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운영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용인 건지산 봉수에 대한 기록 중 1728(영조 4)에 발생한 이인좌의 난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내용이 있다.

 

이인좌의 난은 17283월 청주성을 함락시킨 것을 시작으로 반군이 목천진천을 거쳐 안성죽산으로 북상한 사건으로 안성과 죽산에서 관군에 의해 격파되면서 진압되었다.

 

이인좌의 난을 토벌할 때 공을 세운 당시 여주목사 이행검(李行儉)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팔도에 봉수(烽燧)를 설치한 이유는 변란을 당하면 경보를 알리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작년 3월 변란이 일어났을 때 흉적이 곳곳에서 봉기하여 제멋대로 다니기까지 하였는데 하나의 봉수도 경보를 알린 일이 없습니다. …

 

죽산 경계 좌찬현(左贊峴)에서 진을 치고 있을 때 적도가 죽산부에 가득하였습니다.

본부의 봉수대는 진을 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평소처럼 횃불을 켜서 들고 애당초 경보를 알린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너무도 괴이하고 의아하여 봉군(烽軍)을 불러다 그 이유를 힐문하였더니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경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강문(講文)에 있는 ‘적이 모습을 나타내면 횃불 두 개, 경계를 침범하면 횃불 세 개, 경계에 가까이 오면 횃불 네 개, 접전하면 횃불 다섯 개를 올리고, 구름이 짙으면 따로 사람을 보내어 경보를 알리며, 낮에는 연기를 피운다.’라는 따위의 일을 가르치고 앞쪽에 전달하게 하였으나 다른 봉수대는 끝내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태평을 누린 세월이 오래된 탓에 봉수를 설치한 고을의 수령이 그저 봉군만 충원할 뿐 강문을 가르치지 않은 소치에 불과하니, 한심할 뿐만 아니라 실로 설치한 본뜻이 없습니다.”( 『승정원일기』 영조 5년 4월 12일 기사 중)

죽산현 경계에 위치했던 건지산 봉수. 봉수 아래쪽에 죽산현 관아와 죽주산성 등을 볼 수 있다. 죽주산성 아래 '미륵당' 건물은 현재 '매산리 석조보살입상' 위치로 보인다. (1891년 죽산부지도)

 

건지산 봉수 왼쪽에 '좌찬역로'가 보인다. 봉수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경우 직접 사람이 달려서 소식을 전달했기 때문에 봉수 노선과 역로는 대부분 일치한다.(1776년  地乘)

 

이 기사를 통해 이인좌의 난 당시 건지산 봉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봉수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행검의 말대로 조선후기 오랜 세월 전란이 없었던 까닭에 봉수제 운영 자체가 전반적으로 느슨해졌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봉수군의 열악한 처우와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봉수군은 모든 역에서 면제되는 등의 특혜로 본연의 임무만 하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여건은 매우 힘들었다.

 

내지봉수의 경우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까닭에 수시로 오르내려야 했으며 밤에는 호랑이 등 맹수에 의한 습격에 물려 죽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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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5 - [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 용인 건지산 봉수터 발굴조사

 

용인 건지산 봉수터 발굴조사

용인 건지산 봉수는 망이산 봉수와 석성산 봉수를 연결해주는 봉수로, 제2거 직봉 노선에 해당하는 봉수이다. 그동안 멸실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가, 지난 2021년 용인시 문화예술과에 의해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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