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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HISTORY

신라 우경牛耕을 둘러싼 미스터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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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권 제4 신라본기 제4 지증마립간智證麻立干 3년(502) 조에 나오는 다음 구절

三月分命州郡主勸農始用牛耕

이를 흔히

"3월에 (왕이) 州主와 郡主들에게 농사를 권장케 하고, (신라가 이때) 처음으로 소를 몰아서 밭갈이를 했다"

는 식으로 이해한다. 예서 문제는 始用牛耕이 어디에 걸리느냐다. 종래의 독법은 이때에 이르러 신라가 처음으로 우경牛耕을 실시했다는 것이니, 이렇게 되면 우경한 주체는 신라가 된다.


동국통감



하지만 이 독법은 적어도 문장으로는 억지에 가깝다고 본다. 신라가 우경을 이때 처음으로 했다는 뜻은 적어도 문장으로는 성립이 어렵다는 뜻이다. 텍스트로 보아 주어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주어가 왕일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저 문장은

왕께서 3월에 州主와 郡主들에게 명하시어 농사를 권장케 하고 (또 왕께서) 우경을 처음으로 하셨다.  

정도가 된다.


동국통감 해당 구절. 이에서 말하는 주어 新羅는 말할 것도 없이 신라왕을 말한다. 



두번째는 州郡主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저 문장은

"왕께서 3월에 州主와 郡主들에게 명하시어 농사를 권장케 하는 한편, (그들로 하여금) 처음으로 우경을 하게 했다"

정도가 된다. 그 어떤 경우건

分命州郡主勸農始用牛耕한 주체는 王이다. 내용으로 보아 이 문장은 기존의 압도적인 독법대로 결코 신라가 될 수는 없다. 나는 권농勸農과 우경牛耕이 맥락이 밀접히 연관하는 것으로 보아 권농하고 우경을 실시한 주체를 지방장관들로 보아야 하지 않나 싶다.


삼국사기 정덕본 해당 구절. 이푸르메 선생 제공



물론 지방관들의 그런 행위를 지시하고 명령한 주체는 왕일 수밖에 없다. 첨부사진은 내가 지금 삼국사기 정덕본을 구하지 못해 그에 해당하는 동국통감 해당년조를 첨부한다.

이에서 보듯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편년체 서술은 하나의 사건을 서술할 때마다, 줄을 바꾸는 한편 그것이 시작하는 제일 앞대가리에는 항상 ○를 두었다.

제현의 질정을 바란다.

(2017. 11. 24)

 

***

 

선농대제先農大祭

 

논밭갈이에 소를 이용하는 이른바 우경牛耕과 관련한 저런 논의 혹은 의문 출발은 기호철 선생에서 비롯한다. 그는 저 구절을 둘러싼 종래 압도적인 학계 견해와는 달리 왕에 의한 권농勸農 의식, 곧 선농단先農壇에서의 선농제先農祭 시작을 말해주는 것으로 의심한다. 나 역시 새로 살피니 의심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아니해서 적어둔다. 

 

***

 

이에서 말하는 우경은 아무리 봐도 적전耤田을 말하는 듯하거니와  

 

藉田。 古代天子、諸侯徵用民力耕種之田。
漢 蔡邕 《獨斷》: “王者耕耤田之別名: 天子三推, 三公五推, 卿諸侯九推。”

(이는 기호철 선생 소개다)

 

권농은 이미 혁거세 시대에 보인다는 리승수 군 지적도 참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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