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리스 여행도 오늘하고 내일, 이틀 남았다.
메테오라 다녀와서 다시 아테네로 돌아왔지만, 아테네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코린트-미케네-수니온으로 하루 코스를 잡았다.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았는지, 렌트카 직원이 one-day로 가능하냐고 물었으나 우리는, 한국인이라 가능하다는 말을 남기고 출발했다.
첫 코스는 코린토 운하(Corinth Canal)로 세계 3대 운하 중 하나이다. 아테네에서 차로 한시간 남짓 떨어져 있다. 코린토스 만과 에게 해의 사로니코스 만을 연결하는데 코린토스 지협을 따라 1881년부터 1893년까지 6.3km의 길이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물론 더 오래전부터 운하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완공은 비교적 최근이다. 왕복 1시간 정도 코스로 유람선이 운행하는데 여러 회사가 운항하는 듯 하다.
우리는 에게해 방면 선착장에서 알파2를 타려고 했으나,(1인당 25유로, 아마 배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확실치 않다.)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서 남들처럼 다리 위에서 구경하로 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운하는 푸른빛 지중해와 양쪽 수직절벽 황토빛이 어우러져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 모든걸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니,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힘은 끝을 알 수가 없다.
마침 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폭이 좁아 큰 배는 다니기 어렵다고 한다. 운 좋으면 다리 아래에서 번지 점프를 뛰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다.
다음은 아크로코린토스(AcroCorinth)로 고대 아크로폴리스 성채유적이다. 쉽게 말하면 코린토스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교통의 요지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쌓은 산성이다.
그리고 시지프스 신화 배경이라고 하는데, 직접 보니 왜 이곳으로 바위를 올리는 것이 형벌이었는지 이해가 된다. 성곽에 오르면 한눈에 코린토스만이 내려다 보이는 멋진 곳이지만, (심지어 입장료도 없다.) 한여름엔 정말 비추다.
태양빛이 뜨겁다, 따갑다 정도가 아니라, 그냥 녹아내리는 날이었다. 운동화, 긴팔, 충분한 물은 필수로 챙겨야 할 듯하다.
다음으로 아크로코린토스 북서쪽 약 5km 쯤 위치한 고대 코린토스 유적(Ancient Corinth)은 사도 바울과 관련된 곳으로 잘 알려졌다.
바로 옆에 박물관도 있고 유적도 특유의 폐허미를 드러내며 잘 정돈되어 있다. 특히 기원전 6세기 경 만든 아폴론신전은 기둥이 잘 남았는데 통돌로 제작한 점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없어 서둘러 떠난 곳은 미케네 유적지(Archaeological Sites of Mycenae)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미케네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B.C.1400년~B.C.1100년까지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으며 최고의 해상왕국을 이룩했다.
아가멤논 황금가면,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 등이 떠오르는 곳이지만, 현장을 직접 보니 개인적으로는 이보다는 높은 산봉우리 두 개를 배경으로 자리한 입지가 더 관심이 간다.
중요 유물은 고고학박물관에 있다고 하나, 유적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도 나름 볼 만하다.
미케네에서 예상 외로 시간을 많이 보내서 수니온Sounion으로 출발한 것이 6시가 넘어서였다. 이 수니온곶 입지 특징에 대해서는 김태식 부장님이 정리한 것이 있어 참고 바란다.
수니온 곶의 포세이돈 신전 일몰이 유명하다 해서 마지막 코스로 잡았는데 시간이 만만치가 않았다. 부랴부랴 달려가서 붉게 물든 황홀한 에게해를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그리스 여행은 마지막 하루를 남기고 마무리로 접어든다.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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