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03)
자야가(子夜歌)
남조 민요 / 김영문 選譯評
나는 늘
북극성 되어
천 년토록
마음 옮기지 않을 텐데
내 님은
태양 같은 마음으로
아침엔 동쪽
저녁엔 서쪽으로 가네
儂作北辰星, 千年無轉移. 歡行白日心, 朝東暮還西.
2014년 6월 8일 프랑스 파리 세느강에 있는 퐁 데자르(Le Pont des Arts) 교량 난간이 무너져 내렸다. 난간에 매달아 놓은 ‘사랑의 맹세’ 자물쇠 무게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연인들은 서로 사랑의 맹세를 하고 그 상징으로 자물쇠를 다리 난간에 채운 후 열쇠를 세느강 속으로 던져 넣는다. 그렇게 채워놓은 자물쇠가 얼마나 많았는지 결국 퐁 데자르는 전 세계 연인들이 맹세한 사랑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우리도 서울 남산타워를 비롯해 유명 관광지 곳곳에서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를 목격한다. 옛날에는 바위, 산, 바다, 태양 등을 걸고 사랑을 맹세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물쇠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격세지감이다. 이 시에서는 흥미롭게도 태양에 거는 맹세는 믿을 수 없다고 묘사한다. 아침에는 동쪽, 저녁에는 서쪽으로 옮겨 다니는 태양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무엇을 믿어야 하나? 저 하늘에서는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뭇별의 중심 북극성이다. 북극성만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하긴 중국 소설가 아청(阿城)은 동아시아 중심 신앙은 태양이 아니라 북극성 숭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 도시에서는 밝은 불빛 때문에 북극성을 볼 수 없다. 퐁 데자르에 매달아 놓은 수많은 자물쇠 중에서 변치 않은 사랑은 과연 몇 쌍이나 될까? 북극성을 볼 수 없는 탓에 연인들의 마음이 쉽게 변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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