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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우리 혹시 같은 고향이던가요?

by taeshik.kim 201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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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98)


장간행(長干行) 


  당 최호(崔顥) / 김영문 選譯評 


그대 집은

어디셔요


저의 집은

횡당이에요


배 멈춘 틈에

잠시 묻습니다


우리 혹시

동향인가요


君家何處住, 妾住在橫塘. 停船暫借問, 或恐是同鄕.


우리는 어떤 여행을 계획하든 여행 도중 겪게 될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즐거운 상상에 젖는다. 이 시는 그런 기대 중에서도 ‘낯선 여행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陌路麗人)’이란 주제에 충실한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집이 어디냐?”고 질문을 하며 “우리 혹시 동향이 아닐까요?”라고 확인을 한다. 둘째 수에서는 남성이 대답을 하며 자신은 어릴 적에 고향을 떠난 사람이라고 여성의 질문을 부인한다. 하지만 처음 말문을 트기가 어렵지 않은가? 이미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이 어떤 낭만적 결과에 이르렀는지는 알 수 없다. 그건 고스란히 독자가 상상해야 할 몫이다. 중국 한시 중에서 「~~행(行)」, 「~~사(詞)」, 「~~가(歌)」, 「~~곡(曲)」 등의 제목이 붙은 것은 대개 기존 민요에 가사를 바꿔 넣은 작품이거나 본래 한시에 곡을 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시도 마찬가지다. 남조 민요 「자야가(子夜歌)」를 모방한 것으로 보이는 이 한시는 두 수가 한 세트로 이루어진 악곡의 가사다. 「자야가」처럼 첫째 수는 여성이 선창을 하고 둘째 수는 남성이 답창을 한다. 지금은 곡이 사라져서 어떤 멜로디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누구나 여행 도중 맞닥뜨릴 수 있는 아름다운 만남의 실마리를 가사로 제공함으로써 문학적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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