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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99)
[宋] 유반(劉攽, 1023~1089) / 김영문 選譯評
매실이 노랗게 익고
저녁 비 깊어
보검엔 녹이 슬고
거울은 침침하네
해마다 날씨 습해도
몸에 병 없으니
백 번 단련한 쇠보다
더 낫다고 여기네
梅實初黃暮雨深, 寶刀生鏽鏡昏沈. 年年卑濕身無病, 自覺能勝百鍊金.
장마는 매실이 노랗게 익을 때 시작하므로 한자로 매우(梅雨)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6월 말에서 시작해 거의 한 달가량 지속한다.
저온다습한 오오츠크해 고기압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자연현상이다.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탓에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음식도 쉽게 상한다. 이 시에서는 보검에 녹이 슬고 거울이 침침해진다고 했다. 옛날에는 보검과 거울을 쇠로 주조했다. 두 가지 모두 습기에 민감한 사물임에 틀림없다.
지금 우리는 벽지에 피는 곰팡이를 보고 심한 습기를 알아채지만 옛날에는 보검과 거울에 스는 녹을 보고 만연한 습기를 알아차렸다. 시대가 달라지면 습도 감지 방식도 달라지는 법이다.
장마는 같은 시기에 시작하는 무더위를 어느 정도 식혀주는 긍정적 역할도 한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음산한 날씨와 축축한 습기 때문에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백 번 담금질한 쇠보다 더 튼튼한 몸을 가졌다고 자신할 것이 아니라 늘 점검하고 절제하는 생활 습관을 견지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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