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中격리생활기] ④ 14일만에 만난 세상은 '격리도시'로
송고시간 2020-02-05 21:36
놀랍도록 바뀐 상하이 거리…엘리베이터 단추들 비닐로 덮어놓아
마스크 쓰고 장갑 낀 채 장 보는 손님, 보호 안경 쓴 계산원
우한 취재한 차대운 특파원이 격리된 시설 너머 중국 방역요원들. 차대운 촬영.
제 '격리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몇 편이 이어지는 동안 많은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격려를 받았습니다. 크게 위로받고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격리기'는 이제 끝나지만 중국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고, 쓰는 저의 일은 언제나처럼 계속됩니다.
마지막으로 제 회사 얘기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뉴스통신사라는 언론사 역할에다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개별 언론사가 하기 어려운 공적 기능을 더 하면서 나랏돈을 일부 받는 대신 그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하는 언론사라는 것이지요.
저도 보통의 사람인지라 굳이 위험할 것 같은(솔직히 그때는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지만) 우한에 들어가겠다고 먼저 손을 들 필요가 있나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행여 '연합뉴스가 그때 뭐했나'라는 소리만은 듣고 싶지는 않았다는 게 차라리 제 솔직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독자들께서 보시기에 부족함이 너무나 많겠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그래도 많은 연합뉴스 기자들이 이 책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는 점을 한 번 말씀드려보고 싶었습니다.
차대운 특파원이 우한 현지에서 포착한 우한 전철 풍경
우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현지 취재를 위해 호북성 우한 현지 취재에 뛰어들었다가 주재지 상해로 복귀한 우리 공장 차대운 특파원한테는 복귀와 더불어 격리가 기다렸다. 출입이 통제되는 별도 시설에서 중국 당국이 마련한 그 격리시설에서 14일을 수감생활해야 했으니, 그런 생활을 마치고는 마침내 이상없음으로 판정되어 '출소'하면서 쓴 기사 중 마지막 구절이다.
공장 선전성임은 부인할 수 없고, 그런 까닭에 연합뉴스가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부각하고자 한 목적성 있는 대목임이 분명하나, 그래도 매일매일 전쟁과 사투현장에서 기자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를 엿보기에는 충분하다 하겠다. 이 생생한 격리기는 차근차근 읽어보라 독자들한테 권하고 싶다.
막힌 우한으로 가는길. 차대운 촬영
기자도 천차만별이라, 이런놈저런놈 다 있지만, 그래도 모름지기 기자라면 현장에 뛰어들면 물불 안 가리는 법이다. 거의 모든 기자가 장작불을 보고 돌진하는 불나방이다. 내가 보고 들은 기자는 거개 그렇다. 그런 열정은 이미 다 소진 혹은 상실해 버린 나 역시 한때는 저만한 열정으로 무장한 기자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는 세계사적 사태에서 그 한복판을 경험한 기자의 저런 격리생활기는 그 시대를 증언하는 당대 제1급 사료다. 지금보다 외려 먼훗날 사초로 편입되어 기록될 것이로대, 그런 기록자 정신으로 무장한 이가 기자다.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자요, 시대정신에 투철한 기자라고 나는 본다.
우한 취재 차대운 특파원이 14일간 격리된 상하이 시설. 차대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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