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나 <고려사절요>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한 인물이 있다.
유庾씨인 것을 보아 고려 개국공신 유금필庾黔弼의 후예인 평산 유씨 아니면 무송 유씨였을 게고
과거에 급제했거나 음서로 출세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쨌건 제주濟州에 지방관으로 부임했다는 것 말고는 업적이건 뭐건 알려진 것이 없는데
만약 <동국이상국집> 후집에 그에게 보내려 한 이규보의 시가 실리지 않았던들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제주에서마저 잊혀진 그 이름 유홍개여.
지평선 저 너머 머나먼 길 전송할 때 / 漫長路垠送遐征
눈물 어린 깊은 정감 스스로 알겠네 / 淚墮方知自感情
- 시랑(侍郞, 여기서는 이수李需란 이다)이 태수를 전별하는 정감을 말한다
파도 잔잔하니 무사히 바다를 건널 테고 / 瀾涉穩堪尋過海
술이 얼근해지니 자꾸 잔을 권하려네 / 酒傾醺好更斟觥
천성이 옹졸한 나는 그저 시골에 묻혀야지 / 酸儒拙合栖幽巷
기량이 넓은 그대는 험한 성을 누를 만하네 / 曠度宏宜鎭劇城
환희에 찬 춤 온 고을에 충만하니 명성이 가장 높고 / 歡舞遍州名必最
풍류가 한 나라에 오롯하니 예부터 영화롭다 하였지 / 管絃專國古稱榮
- 그곳은 옛날 탐라국耽羅國이었기 때문이다.
둥근 하늘 좁게 보이는 바위틈을 돌아들어 / 團天仰狹廻巖峽
낮은 땅 좁은 길 따라 귤 고장에 들어가네 / 沮地行窮入橘橙
나는 관청에서 그대 부친과 함께 있던 벗인지라 / 官省共參叨父友
- 나는 그의 부친과 두 차례나 같은 관서에 함께 있어서 친한 사이였다
그대가 지금 집안을 잘 이어받은 게 반갑다네 / 喜君於世繼門成
- 위는 태수에게 준다는 뜻으로 지은 것인데, 풍편風便에라도 부쳐 줄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9, 고율시, "시랑 이수가 유제주庾濟州 홍개弘蓋를 전별한 회문시(시를 바로 읽던 거꾸로 읽던 의미가 통하고 시법에도 어긋나지않게 지은 한시)를 차운한 두 수[次韻李侍郞需餞庾濟州 弘蓋 廻文 二首]" 중 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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