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문화재청이나 무형문화재위원회 공식 입장이 아니며, 내 개인 의견 혹은 해석임을 밝힌다. 나는 저 문화재위원회 현직 위원이라, 자칫 그렇게 비칠 것을 우려하지만, 보완 차원에서 몇 마디 보탠다.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 농경 분야 첫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송고시간 2020-11-20 19:04
성도현 기자
문화재청, 보유자·보유단체 없이 종목만 지정 의결
2015년 3월 27일 제정되고 이듬해 3월 28일 시행에 들어간 무형문화재보전및진흥에관한법률(약칭: 무형문화재법)은 문화재보호법을 모법으로 삼는다. 시대 흐름에 따라 법률 하나로는 그에 해당하는 일을 커버하기 힘들 적에 분법分法이라 해서 해당 분야가 독립을 선언하게 되거니와, 문화재보호법 역시 오늘 이 순간에 여러 법률로 짜개져 춘추전국시대를 방불한다.
이 법률이 그 모법과 유별나게 다른 점이 있는데, 이 대목을 별로 주목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해서 이 자리를 빌려 그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법이 무엇을 겨냥하는지는 그 제3조(기본원칙)에 보이거니와 그에 이르기를 "무형문화재의 보전 및 진흥은 전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하며"라 하거니와, 예서 관건은 "전형典型"이라는 말이다. 그 제2조(정의)에서는 이 법률에서 사용하는 주요 용어들을 정의했거니와, 그에서 전형이라는 말을
"해당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특징"
이라고 했다. 이 말을 허심하게 넘기는 이가 많은데, 나는 그 모법인 문화재보호법과 그것이 관리대상으로 삼는 각종 유형문화재 역시 그에서 넘쳐나는 '원형元型'이라는 개념을 이걸로 하루 빨리 대체해야 한다고 본다. 내가 늘상 지적하듯이 한국문화재를 망치는 주범 중 하나가 바로 원형이다. 이 원형은 우리가 머릿속에 상상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은 이 땅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일루전 illusion 이다.
한국문화재정책사에서 전형이라는 말이 중요한 까닭은 원형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놓은 고정불변을 비로소 변화를 포용하게끔 만든 통로인 까닭이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 지 모르나, 나는 언제나 말하듯이 종묘제례악만 해도 필요하다면 피아노를 쓰야 하며, 조수미도 불러야 하고, 요새는 방탄소년단도 임영웅도 못 부를 이유가 없다. 종묘제례악이라 해서 언제까지 깽깽이만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실제 종묘제례악도 시대별 넒나듦이 있어 무수한 변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전형이란 그 고유가치는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기반인 절대가치를 지키되, 다양한 변용을 포섭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전형 도입의 의미다.
내가 조금은 장황하게 이 전형을 들먹하는 이유는 어제 문화재위원회 토론 대상이었던 인삼문화재 지정에서도 그대로 통용하는 까닭이다. 어제 문화재위원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래 문화재청 보도자료에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되었거니와, 저에서 내가 더 보탤 말도 뺄 말도 없다. 저대로다.
하나 유의할 점은 특정 문화재 지정 해제를 둘러싸고, 문화재청이 문화재관리국 시절을 포함해 저토록 자세하게 그 사유를 설명한 적이 있는가다. 내 기억에는 거의 없다. 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제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 해도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우리 이렇게 하기로 했다는 간단한 두어 문장으로 정리하는 게 전부였다. 그 유명한 풍납토성 보존 결정에서도 내 기억에 문화재청 문화재위 발표는 딱 두 줄이었다고 기억한다.
어제 문화재위원회에서도 무형법이 규정한 '전형' 이야기도 나왔다. 많은 인삼 관련단체를 중심으로 '인삼'이라는 말 대신 '고려인삼'을 써야 한다는 의견 제시가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한국인삼문화를 포섭하기에는 역부족이라 문화재위는 판단했다. 그 대목을 저 보도자료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무형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고려인삼이라는 고유명사보다는 일반명사인 인삼으로 하여 다양한 인삼 관련 문화를 포괄할 필요가 있는 점
이것이 나는 핵심이라고 본다. 덧붙여 인삼재배와 관련한 일체의 문화를 '약용문화'라는 말로 한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제기가 있었고, 애초 '인삼재배와 (이용)문화'를 선호하고 제안한 나 역시 그에는 조금은 이론이 없지는 않았지만, 집중토의 결과 나 역시 저 정도로는 괜찮겠다 해서 만장일치 대열에 기꺼이 합류했다.
어제 회의가 끝나고 문화재청은 곧바로 그 결과를 공개했으며, 나아가 왜 우리가 이렇게 결정했는지 이유를 설명했다. 여러 모로 이 인삼문화재 문화재 지정을 둘러싼 그간의 논의와 그 결과 공개를 보면서, 그에 관여한 한 사람으로서 조금은 보람이 있다고 본다.
덧붙여 이 인삼문화는 조만간 유네스코로 갈 것으로 본다. 북한과 협업이 될런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이가는 게 여러 모로 좋다고 본다.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국가무형문화재 신규종목 지정
- 농경 분야 첫 국가무형문화재…보유자·보유단체 없이 종목만 지정 의결 -
등록일 2020-11-20 무형문화재과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1월 20일에 열린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로 결정하였다. 2016년부터 전통지식 분야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해진 이후에 농경 분야에서 무형문화재가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쟁점이 되었던 사항은 지정 명칭이었다.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에 대한 30일 간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기간(‘20.9.28.~10.27.)을 거치는 중에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하여 관련 협회, 관계전문가와 국민 등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 가운데 지정 명칭을 ’고려인삼‘으로 제시한 것이 많았는데, 소수이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
무형문화재위원회에서는 문화재의 학술적‧문화적 가치에 입각하여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무형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고려인삼이라는 고유명사보다는 일반명사인 인삼으로 하여 다양한 인삼 관련 문화를 포괄할 필요가 있는 점, ▲ 고려인삼으로 할 경우 특정 상품이나 상표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점, ▲ 고려인삼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명칭으로 고려하는 것이 더욱 적합한 점 등을 이유로 지정 명칭을 ’인삼‘으로 하였다. 또한 인삼과 관련된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는 ’약용(藥用)‘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여기서 약용문화란 약재의 의미를 넘어서 인삼 관련 음식, 제의, 설화, 민담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지정 명칭으로 의결하였다.
이번에 지정된 대상은 인삼 자체가 아닌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비롯하여 인삼과 관련 음식을 먹는 등의 문화를 포괄한 것이다.『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인삼 재배가 크게 성행하게 된 시기는 18세기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의 문헌인 ?산림경제(山林經濟)?, ?해동농서(海東農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몽경당일사(夢經堂日史)』등에 인삼 재배와 가공에 대한 기록이 확인되는데, 인삼 재배의 대표적인 전통지식은 인삼 씨앗의 개갑(開匣), 햇볕과 비로부터 인삼을 보호하기 위한 해가림 농법, 연작이 어려운 인삼 농사의 특성을 반영한 이동식 농법, 밭의 이랑을 낼 때 윤도(輪圖)를 이용하여 방향을 잡는 방법 등으로 오늘날까지도 인삼 재배 농가 사이에서 전승되고 있다.
* 개갑(開匣): 씨앗 채취 후 수분 공급 및 온도 조절을 하여 씨눈의 생장을 촉진시켜 씨앗의 껍질을 벌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파종에서 발아까지의 시간이 절약됨
* 윤도(輪圖): 전통나침반
인삼은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재배, 활용되면서 이를 매개로 한 음식·의례·설화 등 관련 문화도 풍부하다. 오래 전부터 인삼은 그 효능과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민간에게 불로초(不老草) 또는 만병초(萬病草)로 여겨졌으며, 이는 민간신앙, 설화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인삼 문양은 건강과 장수라는 인삼의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에도 몸에 이롭고 귀한 약재이자 식품이라는 인삼의 사회문화적 상징은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처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는 ▲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고 있다는 점, ▲ 조선 시대의 각종 고문헌에서 그 효과 재배 관련 기록이 확인되는 점, ▲ 한의학을 비롯한 관련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고, 농업 경제 등 다방면에서 연구의 가능성이 높은 점, ▲ 음식·의례·설화 등 관련 문화가 전승되고 있는 점, ▲ 인삼의 약효와 품질이 우수하여 역사상 국제 무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점, ▲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별 인삼조합, 인삼 재배 기술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구 기관과 학회, 그리고 국가와 민간 지원 기관 등 수많은 공동체와 관련 집단이 있는 점, ▲ 현재에도 세대 간의 전승을 통하여 경험적 농업 지식이 유지되고 있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다만, 한반도 전역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農家)를 중심으로 농업 지식이 현재에도 전승되고 있고, 온 국민이 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씨름(제131호)’, ‘장 담그기(제137호)‘와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 특정한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지정한 국가무형문화재 현황(총 10건)
: 아리랑(제129호), 제다(제130호), 씨름(제131호), 해녀(제132호), 김치 담그기(제133호), 제염(제134호), 온돌문화(제135호), 장 담그기(제137호), 전통어로방식–어살(제138-1호), 활쏘기(제142호)
문화재청은 이번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신규 종목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12월 1일 관보에 고시할 예정이다. 또한, 당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사)한국인삼협회가 주최하고, KGC인삼공사,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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