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국사집大覺國師集》 완독 일보 직전이다. 이 문집은 말할 것도 없이 대각국사 의천 자신의 글을 모은 <내집內集>과 기타 그와 관련된 타인의 글 묶음인 <외집外集>으로 구분하거니와
내가 지금 완파를 앞둔 판본은 동국대출판부에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시리즈 중의 하나로 이상현 선생 옮김이다.
이 《대각국사집》으로 내가 기존에 보유한 완역본 두 가지가 있거니와 그 중 하나가 동국역경원에서 나온 것이라.
이들 기존 완역본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 불만이 있었거니와 첫째 원문과 그 교감이 첨부되지 않았으며, 둘째 그렇기에 번역의 안정성에 의구심을 둔 데가 많았다.
그리하여 그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이 별도의 원문을 갖다 놓고 일일이 대조를 해야 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이조차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이와는 별도로 이 《대각국사집》을 보면 통탄 又 통탄할 구석이 있으니, 무엇보다 애초 그 판목이 썩어 문드려진 데가 많아, 글이 통째로 망실된 것이 절반이요, 나머지 절반도 곳곳이 좀이 슬어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것이 온전한 상태로 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노라.
그럼에도 이번 이상현 선생의 완역본은 기존 번역본이 주는 고통이랄까 불안전성을 깡그리 부수어 주었으니,
무엇보다 원문을 첨부했으며, 나아가 그 원문 개별 글자 하나하나를 교감해 주었고, 번역 수준 또한 당분간 이를 뛰어넘을 만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수준 높다.
무엇보다 이번 역주본은 역자가 한학의 정통 대가답게 많은 곳에서 풍부한 주석을 넣었다는 점이 좋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역사의 전고에 대한 주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니,
이르노니 이것은 후학의 몫이라. 그런 점에서 대각국사집은 여전히 번역에 손댈 곳이 많다.
이는 후학들이 짊어져야 한다. 특히 불교사를 전공하는 자들은 분발, 又 분발할지어다.
(2012. 12. 29)
***
이상현 선생 옮김을 비롯한 각종 대각국사문집 역본은 아래 글에 첨부한 사진을 참고하면 되겠다. 혹 이 문집을 읽고 싶은 이가 있다면 참고했으면 싶다.
동아시아 출판제국을 이룩한 대각국사 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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