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타임캡슐' 이재난고(頤齋亂藁) 250년만에 고창군 귀향
김진방 / 기사승인 : 2021-04-26 16:12:09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기록 중 최대·최다 사료…530만자 분량
고창군 "보물 지정 승격, 국가 중요 과학기술자료 등록 추진"
이 이재난고와 관련해서는 내가 자주 언급한 듯하고, 무엇보다 장성 독거노인이 틈만 나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툭하면 끌어다 대는 문헌이라, 무엇보다 그가 나고 자란 데가 고창이며, 장성과도 이런저런 연으로 얽힌 까닭에 그와 관련한 증언이 적지 않은 까닭이라
뿐만 아니라 이 뇐네 박학다식 관종 성향 다분하고 덧붙여 흔히 이를 일기라 하지만, 체계적인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난삽한 원고 뭉치에 가까워, 내 짐작에는 뭔가 하나 전집을 만들고 싶었지만, 첫째 생각보다 너무 오래 살았고, 둘째 하도 이것저것 쑤셔박다 보니 어느 순간 분류가 불가능해져 그러다가 어느 순간 돌아가시니 저 상태로 남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아래 첨부 보도자료를 보면 일기인 듯 일기 아닌 일기 같아 붙인 난고亂藁라는 이름을 붙였다 했지만, 그기 아니고 앞과 같은 이유 때문에 난고라 했을 뿐이다.
일기이면서 일기도 아니며, 이것저것 잡다잡다 다 쑤셔박았으니, 그러면서도 남을 이기기 좋아하는 성정이라 서울에서 이름난 사람들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만나보고는 그가 진짜로 소문대로 똑똑한 놈인지를 시험하곤 했으니, 또라이 가까운 천재 기질이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이재난고는 국보 중 국보라 문헌학의 금자탑이라 할 만하니, 문제는 그것이 유전한 내력이라, 이런저런 사연으로 유랑하던 이재난고 뭉치가 마침내 고창으로 귀향하게 되었거니와, 그 귀환을 위해 고창 지역 사회, 특히 담당 학예사들이 기울인 노력은 그야말로 필설로 감당키 어려울 정도다.
내가 그 사연을 조금은 알기에 그네들 노력이 마침내 결심함에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문제는 이제 이를 어찌 보존관리하며 활용할까다. 그 밑그림을 치밀하게 그려서 가져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져오는 일이 더 시급한 사정이 있다. 우선은 확보와 귀환이 시급했던 까닭에 똥침 맞은 양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저것을 가져온다기에 연전에 내가 대뜸 물은 말이 "가능할까?"였으니, 그런 반문에 그가 답하기를 "부닥쳐 봐야죠" 했거니와,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략 1년 만에 그것을 이루어냈으니, 그 뚝심들에 나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귀환식을 마침내 30일에 한다며 초대를 하기에 나 역시 그 자리에 참석해 말석을 채우고자 한다.
그러면서 이것을 과연 어찌할 것인가 내내 고민이거니와, 나름 복안이 없지는 아니하니, 그런 꿈들을 서서히 움직임을 위해 움직여봤으면 한다.
그 소식은 저와 같이 공개되었거니와, 그 토대가 된 고창군 보도자료를 첨부한다.
250년 전의 타임캡슐 『이재난고(頤齋亂藁)』
-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중 최대ㆍ최다의 사료(史料)
- 일기인 듯 일기 아닌 일기 같아 붙인 이름, 난고(亂藁)
‘이재난고(頤齋亂藁)’는 전북 고창 출신의 조선 후기 대실학자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이 열 살 때부터 세상을 뜨기 이틀 전까지 53년 동안 온갖 다양한 정보들을 상세히 기록한 일기이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11호인 ‘이재난고’는 50여 책, 6,000장 정도의 내용으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중 최대·최다의 방대한 저작물이며, 책마다 쓰기 시작한 연대와 끝낸 연대를 기록하고 ‘난고(亂藁)’ 또는 ‘이재난고’라는 표제를 달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재난고’는 애초 60책으로 이루어졌으며 거기에 이재의 수고본 2책을 더해 62책인데, 이 가운데 47책의 일기를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활자화하여 『이재난고』 9책으로 발간하여 오늘날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이 일기만도 40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인데, 62책 전체는 약 530만 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난고는 시간순으로 꼼꼼히 기록한 연대기적 자료로, 본인이 직접 보고 경험하거나 전해 들은 일상적인 생활과 가뭄, 홍수, 전염병 등의 재해를 포함한 매일의 행적을 담은 일기로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시도 담겼다.
그러나 『이재난고』는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황윤석이 보고 배우며 생각한 모든 것을 매일 기록하고 그의 연구 결과까지 정리하였으니, 조선 후기 ‘과학자의 연구 노트’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정치, 경제, 과학, 역사, 사회, 문화, 언어 등 전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철저히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모두 『이재난고』에 담았다.
『이재난고』에는 양반 지식인이 살아온 궤적이 매우 상세하게 담겨 있다. 심지어 당시 쌀값이나 국밥이며 고기 따위의 물가 변동까지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는 한글, 중국어, 여진어, 일본어, 태국어를 연구하였고, 심지어 제주도 방언까지도 정리하여 두었다. 그는 여행하면서 마을 이름을 한자와 한글로 나란히 적어 놓았고, 식물, 광물, 기물 따위도 한자와 한글을 나란히 적어 두었다.
특히 그는 수학, 천문학, 역법(曆法)을 대단히 치밀하게 연구하였는데, 서양 선교사의 과학기술을 입수하여 연구에 활용하였다. 그런 까닭에 천주학에 대해서도 깊게 연구하였고, 심지어 중국에서 성화(聖畫)를 구해오기도 하였다. 그는 책을 너무도 좋아하여 당시 ‘책주릅[書儈]’을 통해 진귀한 서적을 구했는데, 일기를 통해 조선 후기 서적의 유통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는 정읍의 이언복이 60냥에 구입한 자명종을 18세에 구경한 후 1761년(영조 37)에 나경적이 제작한 자명종을 직접 봤으며, 1774년(영조 50) 염영서를 통해 선급금 5냥을 주고 구입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서 황윤석은 이를 수리하려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이후 수리비 4냥을 더 주고 고쳤다는 내용도 있다. 그는 과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자명종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했고, 조선후기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되는 많은 자명종을 소개하고 그 원리를 분석한 글을 남겨 놓았다.
또 강원도 춘천에 있던 선대 묘소를 이장할 때 이를 발굴보고서로 기록하고 고려 시대 묘제에 대한 분석까지 곁들였으니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발굴보고서라 할 수 있다.
특히 고창과 인근에 대한 정보는 대단히 많은데 난고에는 당시의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당시 고창(흥덕)에서 서울까지 6박 7일 정도로 다녔던 노정(路程: 580리)과 여행일지, 경승지나 유적지 등을 돌아본 내용도 있다.
또한 충청도 진천과 경상도 상주에서 호랑이로 인한 피해 상황과 호랑이 사냥 관련 현상금(큰놈 100냥, 중간놈 50냥, 작은놈 30냥)을 통해 하루 사이에 20여 마리를 잡았다는 내용과 ‘1768년(영조 44) 7월에 과거시험을 본 날 점심으로 일행과 냉면을 시켜 먹은 내용, 주막 국밥값 3전, 고급 누비솜옷 4냥, 평민의 누비솜옷 2냥, 말 한 마리 40냥과 말을 대여할 경우 100리마다 1냥 7전, 전의현감 월급 15냥 등이 기록되어 있는 등 당시의 물가와 사회문제 등 조선후기 생활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담고 있어 ‘조선시대 타임캡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재난고’는 조선 후기의 정치, 경제, 사회에서부터 수학, 과학, 천문, 지리, 어학, 역법 및 신문물인 서양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백과전서(百科全書)처럼 망라하여 다른 일기와 차이가 크며 그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재 황윤석의 8대 종손인 황병무씨는 ‘이재난고’와 ‘이재유고 목판’ 100점을 고창군에 기탁·기증했고, 이에 고창군은 감사와 그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는 30일 기탁·기증 행사를 한다.
또한 고창군에서는 앞으로 ‘이재난고’의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승격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립중앙과학관)의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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