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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인더스 문명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10): 라키가리 유적 마을 풍경

by 초야잠필 2018.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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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내 글의 주제가 될 라키가리Rakhigarhi 유적에 대해서 써보기로 한다. 

앞에서 인더스문명기에는 모두 5개의 대도시 유적이 확인되었고 라키가리 유적은 인도에서 발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대도시 유적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라키가리 유적과 얽힌 세월의 장구함은 한켠에 노출된 퇴적층을 보면 알수 있다. 중간에 뚫린 구멍은 새들이 들어가 산다.

 

이 유적은 20세기 후반, 우리의 문화재청+문화재연구소라 할 Archaeological Survey of India (약칭 ASI)에서 한번 조사를 해서 대략적인 관련 정보는 알려져 있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된 발굴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이 유적지는 인도에서 인더스문명 이야기를 할때는 항상 가장 먼저 화제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유적이었다. 

아래에 라키가리 유적에 관련 된 위키피디아 설명이 자세하다. 한번 참고를 부탁드리고. 

라키가리 유적: 위키피디아 

라키가리 마을은 택시를 타고 달리면 델리에서 대략 6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인도의 도로 사정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어서 지금은 더 빨라졌을 것이 확실하지만 이 부분은 자세하지 않다. 

라키가리 유적의 위치: 구글 맵

라키가리 마을이 위치한 지역은 인도 굴지의 밀밭 농사 지역이다. 실제로 이 지역을 가보면 인더스문명이 왜 그 오랜옛날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지금도 이 지역은 밀농사를 3모작을 한다. 우리가 라키가리 마을에 조사를 들어갔을 때는 1월이었는데 (인도는 더워서 겨울에 발굴을 주로 함. 겨울에도 해가 중천에 뜨면 더워서 못 팜.) 그때도 밀이 무럭 무럭 자라 익고 있어 조만간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수확을 1년에 3번을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풍부한 생산력이 바탕이 되어주어야 인류 4대문명이라는것이 일어날 수 있구나. 절감하게 되는 한편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척박한 조건에서 조금이라도 더 농업생산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을지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이다. 요컨데 한국은 농사에 관한 한 금수강산은 절대로 아닌것이다. 

 

 

라키가리 발굴장 숙소 근처에 익어가던 밀밭. 일년에 3모작을 한다.

 

 

라키가리 마을은 이런 밀밭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을 실제로 가보면 전형적인 인도 농촌이다. 우리 연구실이 처음 이 마을에 들어간것이 2011년이었는데 2016년 들어갔을때 벌써 마을이 빠르게 변화하여 괄목상대 할 정도였다. 지금도 또 바뀌어 있을 것이고 10년 정도 지나면 아마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해 있을 것이다. 

 

 

라키가리 마을의 물소. 흔한 풍경이다. 물소는 소와 종이 아예 다르다. 소가 아니다.

 

끝없는 밀밭의 라키가리 1월 풍경. 일출.

 

발굴장 가는 길. 인도 소는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등에 혹이 있다.

 

 

라키가리 마을의 항공사진 링크 

이 항공사진 아래쪽 부분이 우리가 발굴한 곳이다. 사진 위쪽 부분의 마을이 오늘날 라키가리 마을. 우리가 발굴 한 곳은 인더스 문명시기 라키가리 대도시 사람들이 죽은 다음에 묻히는 공동묘지 구역이다. 

 

 

 

우리 숙소는 마을 쪽에 있고 발굴장은 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침 식사후에는 이렇게 시골길을 따라 밀밭을 지나 발굴장까지 걸어간다. 대략 한 40분 정도 걸렸던듯. 아침에는 아침공기를 마시며 걷고 저녁에는 석양을 보며 귀가하는 기분이 꿀맛이다.

 

인더스 유적 시기 라키가리 대도시 구역이 묻혀 있을 지역에는 지금 라키가리 사람들이 이렇게 활용하고 있다. 이 무더기는 소똥이다.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고 이렇게 잘 말려 불 붙이면 잘 탄다.

 

이 아래에 5천년 묵은 도시가 있다.

 

물론 인도 정부도 이 유적지 보호를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사진에서 보듯이 펜스를 쳐서 구획을 정해 놓는 등 노력하고 있다.

 

 

라키가리 마을의 돼지. 이 돼지를 설명하자면 스토리가 복잡한다. 우선 이 돼지는 멧돼지가 아니다. 집돼지인데 마을에서 누가 키우는 것도 아니다. 라키가리 마을 사람들은 독실한 힌두교라 고기를 먹지 않는다 (독실한 힌두교는 소고기만 안먹는게 아님. 대개 vegetarian). 그럼 이 돼지가 뭐냐. 아주 옛날. 이 지역 사람들이 돼지를 먹던 시절에 사육되던 돼지임. 이 돼지들이 산으로 돌아가 멧돼지로 다시 돌아간것도 아니고 (그럴만한 산도 없음) 그냥 마을에서 이렇게 반야생으로 돌아다니고 있음. 동물을 거의 해꿎이 하지 않는 인도사람들인지라 마을안에 사람과 돼지가 같이 공존하는데 사람이 키우는 돼지는 아니라는 복잡한 설명임.

 

여기는 양도 있음. 그런데 이것은 사육하는 것들. 야생 아님.

 

라키가리 마을의 겨자밭 풍경. 1월에는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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