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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8): 화장실

by 초야잠필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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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블로그 쥔장께서 기다리던 화장실 이야기를 좀 적어볼까 한다. 

사실 저개발국을 갈 때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화장실이고 이 점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가난의 극을 달린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상해 등 대도시를 벗어나면 요즘도 이 화장실 보건 문제가 썩 완벽히 해결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이 점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 화장실 이야기는 요즘 이 지역 관광객이 늘면서 어느 정도는 실상이 알려진 상태이므로 기행문 쓰듯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우선 인도도 제대로 된 호텔 등 시설에서는 모두 서구식 양변기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그런 시설을 벗어나면 인도 화장실은 다들 잘 아는대로 휴지를 쓰지 않는다. 뒷처리를 손으로 해주는것이 원칙이다. 

발굴장 화장실을 들어가면 큰 물통이 하나 있고 그 안에 작은 바가지가 하나 들어 있다. 그 바가지를 들어 알아서 뒷처리를 해주게 되어 있다. 뒷처리를 어떻게 하나. 이런건 나도 모른다. 스스로 깨닫길. 

어쨌건 화장실 안에 휴지는 당연히 없고 발굴 현장 들어가면 휴지 살 곳도 없다. 그래도 대도시라면 휴지를 구할 수는 있는데 시골을 들어가면 우리나라 70년대 동네 매점 같은 곳이 대부분이라 그런 곳에 가면 화장실용 휴지 이야기 해 봐야 없다. 따라서 휴지는 대도시에서 발굴 현장 들어갈 때 알아서 구해 들어가야 한다. 

내 경우는 귀찮아서 물티슈를 들어가서 대용으로 써봤는데 문제는 이 물티슈에는 비누처리가 되어 있어서 사용 후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물티슈를 쓰려면 비누처리가 좀 덜 된 것을 사서 들고 들어가야 한다. 내 경험상 한국 물티슈가 비누 처리가 더 많이 되어 있어서 차라리 인도 현지 물티슈가 나은 것 같았다. (사실 내 경우에는 인도에 들어가면 손으로 뒷처리와 휴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엔 다소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인도 화장실 전통은 유구해서 전세계에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을 때 이들은 이미 오늘날 쓰던 화장실과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개발해 쓰던 문명이다. 최근까지 있던 보고를 보면 인더스 문명 유적에서 화장실이 발견되며 여기서 나온 오수는 잘 설계된 배수로를 따라 상수원과 섞이지 않은채로 도시 밖으로 배출되었다니 4,500년 전에 이미 이런 생활을 했다는데 경외감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큰 물통 안에 작은 바가지가 들어가 있는 모양-요즘 익숙한 화장실 정경- 그대로의 형태로 화장실이 발굴되었다는 점이다. 인도 화장실 문화를 볼 때마다 이 전통이 4,500년 전통을 지닌다는 점을 한번은 상기해 두도록 하자.  


사진은 인더스문명 하라파 유적에서 발견된 화장실. 인더스 문명은 지금 사용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화장실을 개발하여 사용했으며 여기서 나온 오수는 상수도와 확실히 구분되는 배수관을 따라 도시 밖으로 배출 되었다. Source: Professor Jonathan Mark Kenoyer, University of Wisconsin - Madison. Jonathan Mark Kenoyer, Ancient Cities of the Indus Valley Civilization (Karachi: Oxford University Press,1998), p.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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