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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만한책] 17세기 해남윤씨 사대부의 《지암일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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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해남 사대부 윤이후가 8년간 쓴 '지암일기' 완역

송고시간 | 2020-02-03 13:33

연구자 8명이 2013년부터 번역한 성과 담아 출간


서강대 고문서학파의 오야붕 하영휘


나는 일기나 자서전 혹은 회고록을 특히 좋아한다. 조선시대라 해서 예외가 아니어서, 웬간한 그런 일기류는 구득해서 읽는 편이다. 


일기를 흔히 그것을 기록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하는 까닭이라 하지만, 일기라고 해서 내밀을 드러낸다고 보기도 힘들거니와, 특히 후세를 염두에 둔 일기는 실록만큼이나 당파적이다. 물론 그런 당파성이 나는 좋다. 당파성 없는 것처럼 가장하는 기록도 그 당파성을 폭로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함을 준다. 


물론 일기류 중에서는 그야말로 후세를 의식하지 아니하고 적어내려간 것이 기적처럼 남아 전하는 게 가끔은 있기는 하다. 그런 일기는 그런 일기대로 제맛이 난다. 


하영휘(왼쪽)


그런 점에서 근자 완역했다는 《윤이후의 지암일기》가 어떤 성격을 지니는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아직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까닭이다. 저자 윤이후는 고산 윤선도 손자이며 공재 윤두서 아버지라 하는데, 뭐 저 기사가 정리한 행적으로 더듬건대 당파성 짙은 인물일 것이다. 이 해남윤씨는 호남 제일의 부자다. 지금도 그 선조들이 일궈놓은 재산 덕을 톡톡히 보는 집안이라 아는데, 암튼 조상은 잘 만나고 봐야 한다. 


이 일기를 초록하거나 그에서 보이는 일부 내용을 적록해 소개한 간단한 글을 본 적 있는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관찬서에서는 좀체 맛 볼 수 없는 내용이 제법 많기는 한가 보다. 


도서출판 너머북스 발행이며, 장장 1천272쪽에 달하며 가격은 물경 5만8천원을 헤아린다는데, 둔기용인가 보다. 열라 무겁지 않나 하며, 차량 흘러내림 받침대로 쓰기 딱 좋을 성 싶다. 


그 번역진을 보니, 한 눈에 봐도 하영휘 사단이라, 서강대 사학과 출신으로 일찍이 고문서 연구에 투신하고, 그것으로 박사학위를 서강대대학원에 제출한 그는 잡지의 보고라고 하는 아단문고의 산증인이라, 박사학위 딸 때만 해도 강단에는 전연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으며, 실제로도 그리 말했지만, 어찌한 셈인지 학위 따고는 어느날 듣자니 성균관대에 무슨 교수인가 하는 타이틀 뒤집어 쓰고 들어갔다 하기에 내가 놀랐거니와 


그는 초서의 대가라, 그 서체로 작성한 고문서들을 제대로 탈초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인재 중 한 명이다. 


하영휘



듣기로 그는 부자인데, 대학로에 4층 건물인가 소유주이며, 그를 아지트로 하여 휘하에 후학들을 불러들여 대장질을 일삼았으니, 일종의 서당이랄까 하는 그런 고문서 사설 학원장 구실도 했다. 그의 휘하에 들락거리며 수십년간 협시보살을 하는 이가 이문현이라, 나이에 견주어 일찍이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이 친구 역시 서강대 사학과 출신이라, 국립민속박물관에 오래도록 봉직하며 연구관까지 승진하며 장래를 보장받는 듯했지만, 박근혜 정권 시절 그 말 많던 국정교과서 편찬에 동원되어 갔다가 에랏 내가 차마 이 짓을 어찌하냐 하며, 고향 전주에 계신 노모 봉양을 빌미로 과감히 사표를 던져버리고는 낙향하더니


그래도 계속 하영휘 우산 속을 거닌다는 말이 있더니만, 그리하여 그 휘하 다른 협시보살들과 더불어 오야붕 모시고는 한국고문서사전을 편찬한다는 말이 들리더니, 한다는 사전은 아니하고는 보자니 저 일기만 열심히 강독한 듯


그래도 하영휘니 저런 미친 짓을 하지 아니했겠는가? 


하영휘 좌협시 이문현(왼쪽). 고문서 하려면 머리가 벗겨져야 하나 보다.



서강대 사학과는 하영휘를 필두로 고문서 연구자가 집중 포진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저들 말고도 근자 《묵재일기》를 완역한 김인규 역시 이 학과 출신이라, 지금은 문화재청 무형유산과장으로 봉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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