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예연구회 출범 4주년에 부쳐

2019년 12월 14일, 전국 지자체에서 문화재, 박물관, 미술관 업무를 떠나서 학예연구직 공무원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처음 모였다.

 
당시 문경시 문화예술과장인 엄원식 과장님을  회장으로 추대하여, 학예연구직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자체에서 나홀로 모든 문화재 업무를 감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닌데, 우리 모두 묵묵히 그 일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은, 나의 일이자 내 동료의 처참한 현실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10년 넘게 살아보니, 앞으로 우리 후배들에게 똑같은 현실을 되물림해주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전국학예연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시작이었다.
 
정말 무얼 바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진정성 하나로 시작했으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했지만, 즐겁게 시작했다.

 
2020년 성명서를 발표하고, 문화재청, 문체부, 국회를 찾아다니고, 국회에서 학술토론회를 열고,

드디어 2023년 10월 31일자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최종 공포되었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 학예연구직 동료들의 지지와 응원, 그리고 엄원식 회장님, 홍원의, 김대종 부회장님, 김은정 감사님과 대의원님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가운데 지난 4년 간 왜 힘든 순간들이 없었을까. 내가 왜 이걸 시작해서 사서 고생인지 하는 생각을 수 십번도 넘게 한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기에, 그래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최근 문화재청은 국가유산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내보낸 보도자료에서 국가유산 관리 체계를 지정유산 중심의 보호체계에서 포괄적 보호체계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현재 64% 수준인 기초 지자체 국가유산 전담조직 설치 비율도 2040년까지 80%로 늘린다고 했다.

문화재청의 보도자료는 이럴진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지자체에 문화유산 전문인력 배치 기준을 정하는 시행령을 제정하는데 또 힘을 보태야 한다.

부디 전국학예연구회가 앞으로 10년, 20년을 넘어 앞으로도 전국의 학예연구직을 대변하는 단체로 거듭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