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한통속이라 해서 같은 취급받는 중앙일보야 훗날 1960년대에 창간됐으니 일단 이곳에서는 논외로 치고
1920년 앞서거니뒤서거니 해서 나란히 창간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선이 참말로 복잡다기 하니
그네가 처한 정치성향에 따라 극렬한 폐간론자가 적지 않으니, 이들은 주로 태평전쟁시대 2차대전 즈음에 보인 이른바 친일 성향과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 이래 군부독재시절에 이르는 일련의 시대에 보인 독재 옹호 성향 두 가지를 거론하면서 두 신문은 부관참시해도 속이 시원찮을 말살되어 할 괴물로 저주한다.
저 시대에 보이는 행태가 어찌 고울 수 있겠는가? 그 유산은 그네들이 져야 할 몫이기도 하고, 어쩌면 한국근현대사가 탑재한 비극이기도 하다.
한데 내가 볼수록 웃기는 건 저리 주창하는 그 어떤 놈도 한국근현대사를 논할 때 두 신문을 인용 안 하는 놈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기는커녕 주구장창 틈만 나면 두 신문 끌어다가 전거로 들이대며 그 시대상을 설명하곤 한다.
물론 저 두 신문이 출현한 이래 현재까지 이른바 대중매체 시대 개막과 더불어 꼭 저 신문이 아니라 해도 한국근현대사를 쓸 수는 있지만 그에서 저 두 신문이 차지하는 위치는 실로 막강해서 그 사료로는 절대의 지위가 있다.
창간한지 백년이 넘어 비록 굴곡은 있었지만 그 백년간 매일매일 그 시대상을 저리 정리한 매체 어디에 있는가?
친일이고 독재비호고 지랄이고 나발이고 그 지난한 백년간 줄기차게 버티며 살아남아 한국근현대사 백년을 오롯이 증언하는 그 질김을 우리는 존중해야 한다.
아니 나는 백년을 버텨준 저 신문을 존경한다.
잡지니 뭐니 해서 태어났다 창간호 내고는, 혹은 길어봤자 몇 호 내지도 못하고 사라진 매체가 얼마나 많은가?
친일? 독재비호? 그래 그 친일이 있고 그 친일을 적나라히 보여 주어 나는 저들 신문이 고맙기 짝이 없다.
그 행적이 비난받을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그 시대를 증언하는 또 다른 모습이라는 점에서 고맙기 짝이 없다.
그들이 옹호한 이데올로기가 비판받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순 없으나 그 시대 한 켠을 저리 오롯이, 그리고 간단없이 줄기차게 증언한 사초가 두 신문 말고 달리 있단 말인가?
그들이 옹호한 이데올로기 역시 그 시대를 지탱한 이데올로기의 하나였다는 사실 역시 이론이 있을 수는 없으며 그 점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시각, 예컨대 상해 임시정부의 시각, 혹은 독재 저항의 시대 사상계나 요즘의 한겨레 경향 혹은 뉴스타파만의 시각으로 역사를 볼 수는 없다.
저 시각을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조선동아를 향한 것과 똑같은 증오로 바라보는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역사는 그런 것이다.
그것은 여러 이데올로기와 욕망이 무당 작두타기 하는 시공간이다.
저 두 신문이 없었던들 나는 한국근현대사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없는 삼국시대 같았다고 본다.
친일을 했기에, 독재를 옹호했기에 그 시대는 그만큼 풍성해질 수 있다고 본다.
저 두 신문이 존재한다는 자체로도 그렇게 용서할 수 없다면 저 두 신문 그 어떤 보도도 인용하지 않아야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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