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 어떤 박물관 자문회의라는 데 불러줘서 뭐 드릴 말씀은 뾰죽히 없어 머리 굴리다 드린 말씀이
같은 상품 놓고도 내가 어찌 포장하느냐에 따라 그 전시는 블록버스터가 되기도 하고 꽝이 나기도 합니다. 미다시 잘 뽑읍시다.
이를 위한 철칙이 있는데 늙다리 관장, 중늙다리 과장, 초짜 늙다리 연구관은 입도 뻥끗하면 안 됩니다.
예컨데 전시 포스터 말입니다. 이거 실무진 젊은 친구들이 짜온 안 저 계통 밟아가다 결국 누더기 되고 교양잡지 표지 모델처럼 둔갑하고 마는데 건딜 생각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십시오.
뭐 이런 요지였다.
홍보는 해당 사업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이 홍보는 실상 그런 점에서 사기성이 농후한데 그럴 듯한 사기를 쳐야 한다.
명실이 따로 놀 수는 없지 않은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은 실상 광고쟁이들한테 딱 맞는 금언이다.
이 고급 사기 잘 쳐서 천만 관객 초대박 고공 흥행 행진 벌인 전시가 얼마전에 끝난 국립민속박물관 조명치 전이었다.
이 전시는 미친 학예사, 그리고 그보다 더 일찍 미쳐버렸던 과장, 그리고 꼰대 정신 푹푹하나 그래도 대들면 짜증 내면서도 그래 씨불 니 맘대로 해 하고 신경질 푹 내버리고는 못본 체하는 늙다리 관장이 삼위일체가 되어 만든 대박 상품이다.
또 하나. 이 미친 학예사는 전시장 나타날 때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짙은 원색 홍색 비닐 비스무리한 번들번들 어부복을 입는 생쑈를 연출했는데, 중요한 건 저 똘마니 짓을 과장과 관장이 눈감아 줬다는 사실이다.
비단 문화재 현장 뿐이겠는가? 꼰대주의야말로 만악萬惡의 근원이며 또라이정신이야말로 창발創發의 출발이다.
***
쏘리. 애초 이 말 하려던 게 아니었다. 근자 어느 발굴성과 보도자료를 보며 홍보 문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려다가 그만 스핀오프가 메인 스트림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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