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칵, 찰칵 위풍당당하게! 좋아 다음은 물구나무 서서 한 번 더 갈게요~~"
"오케이~~! 고생하셨습니다~~~~! 촬영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
"세갓통씨 이런 컨셉의 촬영은 처음일텐데, 어쩜 그렇게 촬영을 찰해요? 아주 놀랐어~~!"
"감독님께서 잘 챙겨주셔서 그렇죠. 감사합니다. ^^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에이~~ 또 회식 안하고 바로 가는거에요?"
"네~~^^"
새갓통은 요즘 광고계에 떠오르는 신인 모델이다.
탄탄한 'Y'모양 다리와 무심하게 파낸 뱃 속에 슬적슬적 보이는 나뭇결이 매력이다.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이 새갓통은 사적인 이야기에는 절대 입을 열지 않기에 어디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다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신인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억세보이는 저 두꺼운 고무줄이 이 신인의 삶이 그닥 녹록치만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아... 힘들다... 빨리 집에 가서 반신욕해야지. 아직도 냄새가 안빠진 것 같아...킁킁킁."
"훗. 출신을 속이고 엄한일을 하려니 힘들지."
"거기 누구야?!"
새갓통의 이란성 쌍둥이동생 똥바가지
논, 밭에 거름을 주기위해 화장실의 배설물을 퍼 담을 때 사용하던 바가지다. 자루가 길어 저 아래까지(?) 푸는 데 용이하다.
"그새 날 잊은건가? 이거 섭섭한데? 나야, 나. 언니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 똥바가지."
"네가 어떻게...."
"언니가 모델 머시깽이한다고 말도 없이 사라진 다음 나혼자 얼마나 고생했는줄 알아??
알리가 없지. 내가 언니 옆에서 똥을 백바가지는 퍼나르고 있을 때, 언니는 다리 균형 맞춰야 한다고 다리 깎고, 몸에 냄새 빼야한다고 개울가가서 앉아있고 그랬었지..."
"...미안해."
"그러고보면 언니만 탓할것도 아니야? 가만 보고만 있던 주인집도 엄마도 미워. 내가 다리 긴거 말고는 언니보다 몸도 약한데... 언니는 나무 파내 만들어서 뱃도 튼튼하고, 심지어 나보다 뱃통도 크잖아!!"
새갓통, 똥바가지의 엄마 아빠인 거름지게와 오줌장군
20세기 73.0×123.5 (거름지게) 33.5×49.3 (오줌장군) 소나무, 짚
오줌을 담아 지게에 실어 논밭으로 나르던 도구이다. 원통형의 몸통 위쪽 가운데에 입구가 있다. 나무로 만들어 잘 깨지지 않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나무가 오그라들어 조각나기 때문에 수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만들 허라."
"엄마, 아빠...!"
"새갓통아 니 엄니 아부지가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알어? 이리 무사하면 됏다. 참말로 됐다그려. 난 또 어디가서 험한 꼴 당하고 사는건 아닌가 했댜."
"참나...똥, 오줌 푸는 것보다 험한 꼴이 어디있다고..."
"똥바가지는 조용히 하고! 새갓통아, 모델일이 그리 좋으냐?"
"네..."
"그려 그럼 됐다. 네가 우리집 위해 고생 많이 한거 다 안다. 느그 동생 똥오줌 백번을 펐다고 저리 땡깡이지만 너만 하것냐... 몸약한 동생 배 쪼개질까봐 새벽녘 일어나 자루 달아 퍼 놓고, 저녁 늦게 까지 밭에 거름준다 뭐준다 들어오지도 못하고...느 고생한거 다 안다 알어...그니깐 이제 새갓통이 하고싶은 일 하고 살어라."
"엄마... 아빠...죄송해요ㅠㅠ 말하고 왔어야 했는데, 얼굴 보면 주저 앉을 것 같았어요.
아빠 저번에 다리 절룩 거리던데, 괜찮아요?"
"괜찮다. 저번에 집주인이 보더니, 잘 다듬어 다리 맞춰줬구만.
그리고 이제 예전만치 똥풀일도 없어서 일도 쉬엄쉬엄하고 있으니께 걱정마러. 저 똥바가지 저것도 너 떠나고 일 생전 안했어. 근데 괜히 저리 퉁퉁거린단말이여"
"일이 좀 줄어서 다행이에요. 이제 엄마 아빠 나이도 많은데... 그런데 왜요?"
"이제 마을마다 똥차가 와서 크게 할일이 없어~~ 가끔 차 못들어가는데 있음 그때 소일거리로 좀 푸고 그러지 뭐. 그러니깐 걱정말고.
그리고 항상 당당한 마음으로 일하는거다?. 알것지? 네가 그 시골에서 냄새나는거 푸고 나르고 한것이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여. 덕분에 집집마다는 인분 치워 한가쪄 졌고, 그걸 먹고 자란 농작물들은 쑥쑥 자랐고, 또 그걸 키운 농부들 가족끼리 나눠 먹고 내다 팔고, 그렇게 먹고 살았잖니. 그치?
그러니깐 부끄러워 하지 말고 당당한 마음으로 일하는 거여. 힘내자 새갓통이!"
"엄마, 아빠 나는나는!"
"그려, 근디 우리 똥바가지는 쓸데없이 당당하니 조금만 힘내자!! 허허허ㅎㅎ"
새갓통
20세기 57.1×23.1 소나무
거름을 밭에 뿌리거나, 똥·오줌을 풀 때 사용하던 도구이다. 나무를 바가지 모양으로 파내어 한쪽에는 거름이 흐를 수 있도록 귀때(배출구)를 만들었다. 지게 작대기처럼 갈라진 Y자형의 나무를 대어 손잡이로 삼았다.
* 유물사진
- 구본창
- 서헌강
*****(김태식 덧보탬)
이번 호가 주인공으로 삼은 새갓통은 아무리 봐도 '서각통'에서 변한 말인 듯하다.
화장실을 지칭하는 말이 다양하거니와, 개중 하나로 '서각'이라는 말이 있으니, 이에서 비롯한 듯하다.
이 서각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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