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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온양민속박물관 이야기

줄줄이 유물 이야기-초두鐎斗, 너의 정체는?

 

 

 

여기가... 혹시... 전국의 도사들이 연합하여 고민거리를 해결해 준다는 대식도사댁인가요?

 

 

그래, 무쇠 다리가 세 개씩이나 있어 아무 걱정없을 것 같구먼 무슨 고민이 있어 여기까지 찾아왔는고?

 

 

아... 그게... 제 정체성을 모르겠어요. 오랫동안 온양민속박물관 수장고 C장 1층에 있다보니 제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 어디에 쓰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온 몸이 무쇠로 만들어졌고, 긴 손잡이도 있고.... 혹 제가 숭악한 무기로 쓰였던건 아닐지 무서워요...

 

 

엥??? 뭔소리고. 자네 이름이 뭔가??

 

 

초두(鐎斗) 라고 합니다.

 

 

초두라~~보자하니 이름에 열이 많네.  자네 몸에 열이 많지?

 

 

네??? 음... 아뇨 저 수족냉증인데요...  (돌팔이인가? 지금이라도 나가야하나?)

 

 

엥?? 그럴리가? 잘 생각해봐.

 

 

아!!! 가끔 꿈에  다리 밑에서 막 불이 타오르고, 온 몸이 부글부글 끓어 뜨거워 잠에서 깬적이 몇 번 있어요. 저는 도대체 뭘까요?

 

 

 

그래??? 어디 한 번 서보게나. 몸의 형태 좀 보세.

 

 

오호~~~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리 서니 감이 딱 오는구만.

전체적인 형태는 마치 냄비 같고, 몸통에 달린 다리 세 개가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아주는걸 보니........ 아!!!! 답 나왔네! 자네는 액체나 약을 끓일 때 사용되었던 도구일걸세. 

 

 

네? 제가요??

 

 

네? 제가요? 라니. 그래 자네가 말일세.

다리 밑으로 작은 불을 지폈을게고, 몸통 안에는 액체나 약을 넣고 뭉근하게 끓였을 게야. 보아하니 키 한 35cm 정도에 몸통 너비도 딱 보니 30cm정도? 그 작은 몸통에 사골을 넣어서 우렸겠니, 라면을 끓여 먹었겠니? 

 

 

네?? 라면이요? 

 

 

아 그건 실수. 아무튼 그 작은 몸통에 귀한 약이나 또는 다른 액체를 넣고, 데울 때 사용 했을게다. 손잡이는 다리밑에 불이 있으니 안전하게 널 다루기위해 길게 만들어졌을게다.

 

 

!! 그렇군요!!! 그런데.... 대식도사님... 밑에 불을 지필거면 굳이 다리가 필요할까요? 그냥 다리 없이 화로 위에 앉아 있어도 되잖아요

 

 

좋은 질문이구나.  

그래서 너의 친척들을 살펴보면 다리 없는 이들도 볼 수 있을게다.  화로 위에 앉기에는 다리가 없는게 편하겠지. 그런데 다시말하면 너는 굳이 화로가 없어도 된다는 말이겠지.  화로가 없는 야외에서 불씨가 살아있는 숯이나 혹은 작은 불을 지피고 그 위에  너를 턱 세워 두면 게임 끝!  

 

 

 

아!! 그렇군요!!! 그런데...제 몸에 다리가 없다면 생긴 모양이 다리미랑 비슷 할 것 같아요... 

 

 

뭐, 그럴수도? 

물 끓이다가 열기가 남아있으면 엉덩이에 묻은 그으름 좀 털어내서 다리미로 썼을 수도 있겠지. 그때만해도 '물건'이라는게 얼마나 귀했겠니. 물건 하나 하나 만드는데, 사람의 손길이 안 간 것이 없으니 상황에 맞게 이리도 쓰고 저리도 쓰고... 뽕을 뽑았겠지.   

 

 

음...듣고보니 그런것 같기도....

 

 

저 대륙에도 너와 닮은 형제들이 많을걸? 대륙 뿐이겠어? 사람 사는 문화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도구들을 살펴보면 시대를 막론하고 대부분 모양이 비슷비슷해.  왜? 사용해 보니깐 그 모양, 그 형태가 가장 편리하거든~!

 

아주 오래전, 대륙에서 너와 비슷하게 생긴 처자를 봤지. 그 처자 이름은 '염기(染器)' 라고 하더군.  고기를 먹을 때, 찍어 먹는 양념을 데우던 일을 했다고 하더군.

 

염기(染器)

고기를 먹을 때 찍어 먹을 수 있는 양념을 데우는 조리도구이다. 양념을 담는 '염배(染杯)', 불씨가 들어있는 '염로(染爐)',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염로 바닥에 숯불 재를 받는 쟁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씨춘추·당무편》에 '염기(染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용사 둘 이 우연히 마주쳤고, 술 내기가 오갔고, 술을 마시니 고기를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한 사람이 "너도 고기이고, 나도 고기인데 왜 다른데서 고기를 구한단 말인가. 염(染)만 준비하면 될 텐데." 하며 서로 칼을 뽑아 베어 먹었다는.... 무서운 이야기이다.

 

*출처 『중국물질문화사』, 지은이 쑨지·옮긴이 홍승직, 알마출판사, 2017 

 

 

 

 

그렇군요. 정말 저랑 비슷 한 역할을 했네요.

 

 

그렇다니깐. 이뿐이겠어? 필요에 따라 주전자처럼 주둥이를 달기도하고, 뚜껑이 있는것도 있고 없는것도 있고, 손잡이가 짧았다가 길었다가 했겠지.  

 

그러니깐, 내말의 결론은!!

지금은 비록 네 비중이 줄었지만 과거에는 네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거야. 네 작은 몸통에 무언가를 넣고 정성스럽게 끓이는 누군가를 생각하보렴. 그사람에게는 너는 아주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였을 거라고. 알겠느냐??

 

 

네! 대식도사님!! 처음에는 도사님을 좀 의심했었는데, 역시 찾아오길 잘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의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요! 이제 정체성도 찾았겠다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지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 

 

 

 

그래 오냐.  아야? 그런데 복비는 주고가야지?????!!  

 

 

 

 

 

 

앗.. 도망가자...!!

 

 

오늘날, 초두는 무엇으로 대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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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용연 2020.01.24 0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두-> "鐎斗: 발이 3개고 옆에 손잡이가 달린 용기로서 양나라/한나라/위진 때 유행하다가 당송에 이르러 점차 사라졌다. 그 기원과 용도에 관하여 많은 설이 있다. 술을 데우는 기구로, 경중을 치는 그릇, 혹은 차를 끓이는 도구로 보는 사람도 있다."

    중국에서 그랬다는 이야기고 한국은 다른 용도로 썻을 지도 모르죠.

  • 모용언 2020.01.24 0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이두 말대로라면 정성스럽게 뜨겁게 오래 끓이기 보다는, 데우는 용도였으니 (어느 정도 온도 되면 바로 끄는) 요즘에는 Electric Kettle 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