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 배우 출신 김부선씨. 기자로서 논급하자면 참으로 난감한 사람들이다. 이른바 뉴스메이커news maker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항용 그네들 발언 혹은 행동이 좋은 의미에서건 그 반대편에서건 언제나 인구에 회자하는 까닭이다. 물론 안다. 이런 행태에 곱지 않은 시선 역시 많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들의 행태를 어찌해야 하는가? 무시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시콜콜 중계방송하듯 따라가며 전해야 하는가?
모른다!
한데 언론으로서도 썩 무시하지 못할 고려 대목이 있다. 요새 언론보도 영향력 혹은 파급력을 논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클릭 숫자 혹은 페이지 뷰다. 단순 무식하게 말하면, 클릭숫자 혹은 페이지 뷰, 나아가 댓글이 달린 숫자에 따라 기사가 파급력 혹은 영향력이 큰 기사로 취급되는 시대를 불행하게도 나를 포함한 지금의 기자들은 산다.
공지영 포스팅 캡쳐
나는 지금 당장은 일선 취재현장에서는 물러나 있지만, 우리 공장 문화부 업무를 총괄하는 문화부장이다. 부장으로서의 나와 그 지휘통제 아래 있는 일선 문화부 기자는 또 시각이 다를 때가 더러 있다. 아니, 많을수록 나는 그 조직이 건전한 징후로 본다. 부장과 일선 기자가 치열하게 논쟁할수록 그 조직은 건강하기 마련이라 본다.
작금 기사 배분 양상을 보면, 공지영씨는 그가 저명한 소설가인 까닭에 대체로 문학 담당 기자가 커버하며, 김부선씨는 배우 출신이라 해서 영화 혹은 방송 담당이 그의 언행과 관련한 기사를 다룰 때가 많다. 더구나 둘은 페이스북이라는 SNS 활동을 비교적 활발히 한다. 하도 논란이 될 만한 언급을 자주 하기에 저들 담당기자는 주기발작적으로 저들의 페이스북을 들어가 체크한다. 그러다 보면, 일선 기자들한테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일 계속 해야 해요? 이번에는 이런 글 올렸는데, 이런 것까지 다뤄야 해요?" 뭐 이런 반응이 많다.
그렇다 해서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고작 한다는 말이 "알아서 판단해라"라는 무책임한 답변이 대부분이다. 갑갑할 것이요, 무슨 저런 부장이 있냐 하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이럴 때마다 내가 매양 하는 말이 있다.
"음냐....근데 말이다. 기사가 되건 안 되건, 그거 쓰면 페이지 뷰는 많이 나오던데.....대략 10만 20만은 너끈히 나오던데......"
이런 말 하면서 말꼬리를 나는 흐리고 만다. 간단하다. 문화부장으로서 나라고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클릭숫자 혹은 페이지뷰에 신경 쓰지 않겠는가? 그러기는커녕 문화부 기사도 건마다 펑펑 페이지뷰 백만 펑펑 때렸으면 하는 욕망 혹은 유혹은 간절하기만 하다. 공지영 김부선 관련 사건은 클릭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왕이면, 되도록이면 공지영 김부선 언행은 적어도 문화부장으로서는 써 줬으면 하는 유혹이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두 사람 중 공지영씨가 어제는 또 한 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평생 단 한번 성추행을 이 자에게 당했다"면서 소설가 심상대씨를 그 가해 대상자로 지목한 포스팅을 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심상대가 "술집에 여러 명이 앉아 있었는데 테이블 밑으로 손이 들어오더니 망설임 없이 내 허벅지를 더듬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지영은 심상대의 작품 중 소설 《돼지》 표지 사진을 걸었다. 이 표지 사진이 묘하기만 한데, 커먼 돼지 뒷덜미를 남자가 껴앉는 장면을 포착한다.
최근 우리 공장 문화부에서는 정기 인사로 문학 담당이 바뀌었다. 그간 고생하던 기자가 다른 부서로 떠나고, 새로운 기자가 영입되어 문학을 맡게 되었다. 이 새로운 기자가 어제 공지영 페이스북에서 문제의 포스팅을 캐취하고는 각종 추가 확인 과정을 거쳐 이 일을 보도했다. <공지영 "심상대 작가로부터 과거 성추행">이라는 제하 보도는 28일 15시 07분에 송고했다.
나는 어제 휴가였던 관계로 오늘 오전에 저와 관련한 간단한 사후 보고만 받았기에 저간의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다만, 듣자니, 우리 담당 기자가 저 포스팅이 오른 공지영 계정이 혹 그의 이름을 내건 가짜가 아닌지 확인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하며, 나아가 무엇보다 이런 보도에는 항용 그 대상자로 거론한 측 반론이 있어야 하거니와, 심상대 측 반응을 따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심상대는 그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는다 하며, 아예 접촉 자체가 되지 않는다 한다. 공지영이 질렀으니, 그 지름을 받은 심상대 반응이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한데, 글쎄, 어찌 나오려는지 모르겠다.
이런 일에는 본인의 해명 혹은 반박이 있어야 한다. 심상대로서도 할 말이 왜 없겠는가? 하루가 지나도록 그 반응이 나오지 않으니 갑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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