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피상으로 아는 수준이라 자신은 없으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싶다. 이 法이라고 하는 전통이 서구 유럽 및 미국과 동아시아 맥락이 확연히 다르다. 내가 이해하는 한, 저쪽 法은 권리 확보에 주안점이 있다. 반면 동아시아가 말하는 法은 곧 禁이요 忌이니, 하지 말아야 할 목록을 집적화한 것이 법률이다.
근대 이전 동아시아 법률을 보면 내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동아시아 전통 법에는 권리라는 개념이 전연 없다. 내가 어떤 권리 혹은 자유가 주어졌는지를 그 어디에서도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法은 곧 禁이기에 하지 말아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경우의 처벌에 대한 규정만 담았다.
shackles 차꼬
법으로 국한해서 말한다면, 동아시아 근대는 권리의 등장에서 시작한다. 근대 이행기 동아시아 이데올로그들이 환호한 대목이 바로 이것이었다. 자기네는 전연 알지 못한 권리를 찾고는 바로 이거다 하고 탄성을 지른 것이다.
하지만, 그 전통은 여전히 강고해 실제 그런 사항들을 담아야 할 법률들은 거의 모조리 금기 사항을 담기에 이르고 만다. 이 전통에 따라 직업별 각종 법률도 그 권리 선언보다는 해서는 안 될 짓거리를 규정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예컨대 기자 혹은 언론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그에 관련한 법률은 시종하고 일관해서 알권리,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물론 이런 사항들이 명시적으로 모든 관련 법률에 선언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내 뒤로 넘어가면, 그것은 온데간데 없고 그에 따르는 책무라는 이름으로 기자 혹은 언론을 짓누르는 조항들로 가득하다.
기자는 기뤠기인가? 어떤 점에서는 그렇고 어떤 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나는 본다.
의료계는 도둑놈? 어떤 점에서는 그렇고 어떤 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고고학도는 돈만 밝히는 도둑놈인가? 어떤 점에서는 그렇고 어떤 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비극은 그것이 착종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우리는 몇몇 나쁜 종자가 전체 물을 흐린다고 말한다. 글쎄 이것도 어떤 점에서는 그렇고 다른 어떤 점에서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다 좃같은 세상이라 자위해 본다. 허허 말세로다.
*** 이상은 November 25, 2017 at 11:09 AM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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