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은 임진왜란 직전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1534~1591)가 완성한 류서類書라, 20권 20책이라는 거질인 까닭에 그의 당대에는 간행되지 못하고 필사본 상태로 집안에 전해질 뿐이었다.
그의 종가가 지금도 경북 예천에 있으니, 그에는 초간정草澗亭이라 일컫는 정자가 있고, 본래는 이 종가에 군옥 목판이 소장되어 있다가 지금은 예천박물관에 기탁(기증인지도 모르겠다)된 상태다.
분량이 많아 그것을 책으로 찍어내기 위한 목판 역시 거질인데, 예천박물관 한 켠을 이 목판이 가득 채우고 있다.
결락이 없는 완질인지는 내가 확인하지 못했거니와, 혹 빠진 이빨이 없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의 당대에 책으로 간행되지 못한 군옥이 목판으로 간행되기는 200년이 지난 정조시대에 와서야 가능했다.
그것을 간행하면서 붙인 이가환李家煥(1742~1801) 서문이 그것을 증언하는데, 이때 과연 몇 부를 찍었을까?
이는 내가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다른 사례를 볼 때 몇 부 찍지 못했을 것이다. 국가 주도 인쇄 사업을 봐도 100부도 되지 않는 일이 많다.
팔만대장경? 그거 하나 찍어내는데 나라가 휘청한다. 그만큼 거질이라, 50부 정도 찍고 만다.
그렇게 해서 찍은 군옥이 여러 군데 훗날 들어가게 되는데, 예천박물관이 근자 프랑스 파리 소재 저명한 학술원인 콜레쥬드프랑스에 소장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다만 그 보도자료에서는 그것이 20권20책 완질인지 아닌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것을 수집한 사람이 한국서지학에서는 지울 수 없는 이름인 모리스 쿠랑이라 하니, 이 양반 성정상 전질을 구해 프랑스로 들고 갔을 것으로 본다.
듣자니 1890년 그가 조선 주재 프랑스공사관에서 근무하면서 조선 서지를 공부할 적에 수집한 것이라 하니 말이다.
콜레쥬드프랑스라 하면, 프랑스 내노라하는 세치 혀는 모름지기 스쳐가는 곳이라, 그 유명한 야부리 미셸 푸코 또한 이짝에서 교편을 잡고 야부리로 세상을 농락하다가 에이즈로 갔다.
일찍 가서망정이지 더 오래살았더래면 우리는 더 많은 푸코 야부리와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콜레주 드 프랑스 라고 하면 괜히 와꼬 죽는 느낌이 있는데 그럴 필요 눈꼽 만큼도 없다. 그래봐야 세 치 혀다.
좀 더 자세한 조사 보고가 없는 것을 보면, 제대로 된 현지 조사가 진행되지 아니한 상태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고 모리스 쿠랑 수집 한국고서는 국내에서는 깡그리 조사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알려졌다는 그것이 새로운 출현인지도 모르겠다.
콜레주드프랑스를 왔다리갔다리 한 사람도 적지 않고, 서지학에서는 계속 주목하는 사람이며, 특히나 문화재청 산하에 국외소재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천지사방 들쑤시고 다닌 까닭에 걸리지 않았을 리가 없을 듯하기는 한데 모르겠다.
하긴 뭐 이번 로마 체류 기간 EUR 어느 국립박물관을 갔더니만, 거기도 고려청자 조선백자가 있기는 하더마, 아직 누구도 다녀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기는 했더랬다.
등잔 밑은 너무 자주 어두운 것이 문제긴 하더라.
***
저에서 궁금한 몇 가지 대목을 이재완 예천박물관장이 아래와 같은 답변을 했다.
1. 예천박물관 소장 군옥 목판은 문중 기탁이다. 기탁과 기증은 소유권을 본래 소장자가 갖느냐 현재 소장한 곳이 갖느다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탁은 본래 소장자가 소유권을 그대로 지닌다.
2. 군옥 목판은 전체 667장이 보물로 지정되었으나 그간 분실하여 현재 614장을 소장한다. 분실한 53판을 복각하면 1질을 출간할 수 있다. 한 번 찍어냈으면 싶다.
3. 프랑스 소장본은 20책 1질이다. 몇년 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콜레즈드프랑스 소장도서를 조사해 보고서를 발간할 때, 대동운부군옥이 리스트에 포함되긴 했지만 다른 서책에 비해 주목되지 않은듯 하다. 즉, 다른 책은 사진도 있는데 이 책은 목록만 싣고 있다. 즉 참여자들이 그 책의 가치에 대해 잘 몰랐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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