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홍광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2013년 발굴한 영흥도선 관련 원고를 하나 써야 해서 기억을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덕적도입니다.
갑자기 영흥도가 아니고 무슨 덕적도냐고요?
2012년 6월 말 영흥도선을 발견하고 2-3일쯤 지나 이동해 덕적도 신고해역 탐사를 갔더랬습니다.
배를 접안할 시설이 마땅치 않아 묘박(닻을 내려 배를 정박하는 것)을 해놓고 마을로 나와 저녁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밤새 날씨가 나빠져 배 상태를 해안가에 나가 여러 번 확인했고 별다른 이상이 없어 다들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다급히 오시더니 "저기 떠 있던 하얀 배, 당신들 배 아니예요? 큰일 났어요!" 라고 소리치시는 겁니다.
아주머니 차를 얻어타고 탐사팀들은 급히 해변가로 갔습니다.
강풍에 닻줄이 끓어진 탐사선 씨뮤즈호는 갯바위로 밀려와 종이배 마냥 힘없이 부딪히며 깨져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선장님과 잠수사 한 분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배에 뛰어 올라가 시동을 걸고, 나머지는 직원들은 몸으로 배를 다시 바다 쪽으로 밀어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악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람들 다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위험했습니다.-
배 선수와 하부가 파손되고 침몰 직전까지 갔지만 다행히 기관실은 침수되지 않아서 겨우 겨우 갯벌 위로 배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탐사팀은 직접 배의 파손된 부위를 임시로 조치한 후 예인선을 불러 태안보존센터 앞 조선소로 이동해 수리를 마쳤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배 하단에 장착한 고가 탐사장비들이 파손되고 침수되었습니다.
배 수리비는 차치하더라도 파손된 장비를 복구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 중 하나이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아찔한 일이었습니다.
영흥도선 발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씨뮤즈호가 침몰선이 될 뻔한 것이죠.
그럼 이름이 덕적도1호선 쯤 되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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