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다"
내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뼛속까지 체득하고는 이래서는 아니 되겠다는 굳은 결심을 굳힌 계기는 연전 경북 의성 조문국박물관에서 있었던 어느 학술대회였다.
학술대회도 그 성격에 따라 어느 하나로 고정할 수는 없다.
어제도 그랬고, 연전 의성 대회도 발표자 혹은 토론자로 단상에 서 보니 플로어에 제법 많은 사람이 보였다.
한데 그네들 상당수가 소위 말하는 동원된 사람들이다. 지역사회 주민 혹은 관련 공무원들이 할 수 없이 앉아 있는 일이 많다.
함에도 단상에서는 발표 혹은 토론이라는 이름으로 플로어를 채운 사람 대부분은 전연 알아듣지도 못한 얘기들만 주고받았다.
플로어와 단상이 전연 따로 논다. 학술대회가 이래서는 아니된다.
연전 의성에서는 그 모습을 한참이나 뒤에서 바라보면서 나는 기가 찼다. 그래서 대뜸 발표 순서가 되어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비록 우스갯소리를 섞어가기는 했지만, 이런 풍토를 맹렬히 비판했다.
나는 플로어를 향해 무수한 고고학 용어가 오간 이날 학술대회를 지칭해 "여러분들은 이 선생님들이 무슨 얘기하시는지 알아들으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곤 대회 주최 측 혹은 발표자들한데 "여러분에겐 토기 형식분류가 중요할지 몰라도, 청중이 알아듣는 얘기를 해야 할 것 아닌가"라 따지기도 했다.
학술대회도 이벤트다. 이벤트에는 호응과 갈채와 흥이 있어야 한다. 플로어와 단상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어제도 토론석에 앉아 플로어를 보니, 이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고민하다가 우스갯소리나 해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나는 꽃"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하는 말, 내가 맡은 토론은 월드컵에 견준다면 결승전이요, 앞선 고고학도 역사학도들 발표는 그에 이르기 위한 조별리그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중요한 문제인데 늘 이런 자리에서 나는 맨날 맨 마지막에 배정한다. 그리하여 도망도 못가게 한다. 곁다리 취급한다.
이리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꽃이다."
(2016. 7. 22)
***
이 문제 심각하다. 무슨무슨 학술대회니 해서 무수한 행사가 열리거니와, 물론 개중엔 지들끼리 쏙닥하게 놀자 하는 데가 있으니, 이런 자리야 지들끼리만 통용한 주제 소재를 다룬다한들 누가 뭐라겠는가?
문제는 그렇지 아니한 자리다. 관 주도 학술대회가 대표적이라, 요새야 팬데믹 국면 거치면서 거의 모든 학술행사는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하니, 그런 대회는 당연히 청중이 지들끼리가 아니라 대국민, 대시민이다.
이 점을 주최 측도, 발표자도, 토론자도 망각하고는 지들끼리 통하는 말이나 하고 자빠졌다.
이 문화재 업계에서 이런 일이 빈다한데, 알아먹을 만한 말을 해야지 않겠는가?
말로만 소통 소통 떠들면 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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