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明器와 훼기毁器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느 하나가 없이 다른 하나가 성립할 수 없다.
더 간단히 말해 명기가 훼기요, 훼기가 곧 명기다. 더 구체로 말하자면 훼기한 완성품이 곧 명기다.
그렇다면 명기란 무엇인가?
명기를 모르니 훼기를 모르는 것이요, 훼기를 모르니 명기를 모른다.
같은 기물이라 해도, 그것이 위치하는 곳, 곧 서비스하는 대상이 주검이냐 산 사람이냐에 따라 명기가 된다.
명기란 간단히 말해 주검을 위한 기물이다.
고고학이 대상으로 삼는 기물은 그것을 이용한 사람 기준에 따라 논하자면, 오직 이 두 가지 부류가 있을 뿐이다.
고고학은 그 두 가지를 같은 비중으로 연구대상으로 삼는 까닭에 명기를 포기한 역사는 곧 인류사 절반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현실 세계, 곧 고고학 세계에서 통용하는 명기는 그러한 것이 따로 있는 줄로 안다.
같은 기물이 때와 장소에 따라 명기가 되기도 하고 일상 생활 용기가 된다는 이 평범성을 너무 쉽사리 고고학은 망각한다.
이 점을 망각하니 막연히 일상생활에서는 실용품으로 쓰기 힘든 미니어처만을 명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아주 다대한데, 이 편협성을 교정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
그만큼 고고학, 특히 동아시아 고고학에서 명기가 차지하는 위치는 막중하다.
같은 그릇이라 해도 꼬다리를 따거나, 받침대를 훼손한 것, 같은 동경이라 해도 깨뜨린 것과 멀쩡한 것 혹은 방제경이나 아니냐에 따라 명기냐 아니냐가 결정되거니와,
함에도 어느 누구도 이를 명기라를 인식을 하지 못하고서는 고작 한다는 말이 고작 조선시대 무덤에서 더러 출토하는 백자 미니어처 그릇 세트만이 명기라는 인식이 팽배한다.
이 시각을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기물은 그것이 사자를 위한 것이라면 그 모든 것이 명기다.
같은 그릇이라 해도, 그것이 생전에 그 사람이 쓰던 것을 무덤에 묻어준 것이라면 그것이 곧 명기다.
이 평범성을 획득 체득하지 못한 명기론은 모래알에 지은 모래집에 지나지 아니해서 바람 하나로도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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