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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향교 교생들은 정말 무식했을까

by 신동훈 識 202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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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향교. 국가유산청 제공

 

임란 이후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향교 교생이라는 놈들은 말이 좋아 유생이지 

글도 못 읽는 놈들이 군역이나 빠지려고 향교에 이름 넣어 놓은 놈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놈들은 전부 색출해서 병역을 지워야 한다, 

이것이 소위 양반들의 논리 중 하나였다. 

이런 논리는 19세기 소위 모칭 유학들에 대한 비난에도 어김없이 나와서,

양반들은 지식 독점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 만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이런 식의 딱지를 붙이고 공개적으로 공격했다. 

 



그런데 과연 그랬을까. 

양반들은 모두 글공부 제대로 한 사람들이고, 

반쪽짜리 양반들은 전부 군역이나 빠지려고 향교에 이름 걸어 놓고 놀고 먹는 놈들이었을까. 

이런 이야기는 조선시대 문헌 기록에 하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한국 역사학에서는 아무 의심없이 이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재미있는 것은 양반들이 그렇게 멸시해 마지 않던 

그런 부류들 사이에서 가끔 그 경쟁을 뚫고 

대과를 급제하거나 심지어는 장원급제까지도 가끔 나왔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글공부도 안하는 엉터리 같은 놈들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가 없으니, 

아예 본색을 드러내서 저 놈은 서얼 출신이라던가, 

아니면 출신이 미천하다던가 하는 온갖 이유를 다 붙여서 

기어코 과거 급제를 파방해 버리거나

아니면 장원 자리에서 끌어내리곤 했다는 기록이 간간히 보인다는 말이다. 

19세기 말 하재일기의 주인공은 분명히 한국사학계의 주장 대로면

19세기 등장한 모칭 유학의 범주 안에서 봐야 할 사람인데

하재일기에 써 놓은 이 양반의 글 솜씨를 보노라면

과연 양반과 이 양반 글재주가 뭐가 그리 차이가 나겠는가 

이 하재의 글솜씨에 대해 

양반들의 글과는 목적이 다른 글 장난 같은 식의 폄하를 한 논문도 봤는데, 

웃기지들 마쇼.

 



양반들이 전부 글 잘하고 성리철학 능통하여 

이기론은 다 꿰뚫고 있었으리라 생각하는가? 

양반놈들 중에도 글 못하는 놈들 많았고, 

심지어는 대과 급제자란 놈도 경연에 들어가 다른 책도 아니고

사서삼경 구두 하나를 못뗴서 임금님 욕을 바가지로 쳐 먹는 놈도 있었는데, 

양반의 글재주. 

대단할 것도 없고, 

서얼이나 중인 중에 맘만 독하게 먹고 글공부 몇 년만 하면

대부분 양반들 글재주 정도는 하고도 남는 그 수준-. 

그게 조선시대 선비 글재주 수준이니, 

양반들이 서얼이나 중인들의 글재주에 대해 폄하해 놓은 조선시대 기록들, 

이런 평판은 곧이 곧대로 들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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