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대처에 급조한 군사로 거란을 방어하고자 한 고려 조정이 얼마나 허둥지둥댔을지는 안봐도 비디오라, 그래도 일단 한 번 막는 시늉이라도 해 봐야겠고 해서 고려는 역시나 문관 중심 사령부를 구성하니
시중侍中 박양유朴良柔가 총사령관인 상군사上軍使가 되고 내사시랑內史侍郞 서희徐煕는 넘버투인 중군사中軍使, 문하시랑門下侍郞 최량崔亮은 하군사下軍使가 되어 북계北界에 진을 치고서는 거란을 방어하는 시늉을 한다.
이때 고려 성종은 서경西京에 행차 중이었으니, 전방을 독려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연례 행사라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왕 나간 김에 안북부安北府까지 가서 전방을 시찰하려 한다.
이 무렵 소손녕蕭遜寧은 이미 봉산군蓬山郡을 공격하여 선봉군사先鋒軍使인 급사중給事中 윤서안尹庶顏을 포로로 잡아갔다. 이에 이러다간 자칫 왕이 포로가 될지도 몰라 그대로 서경에 머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본다.
그러는 한편 고려에서는 서희가 병사들을 몰고서는 포위당했거나 함락당한 봉산을 구원하고자 한다.
이에 즈음해 거란에서는 여러 번 사람을 보내서 고려를 압박하는데, 먼저 보낸 편지에서는 “우리나라가 이미 고구려 옛 땅을 다 차지하였는데, 지금 너희 나라가 변경지역을 침탈하였으므로 이 때문에 토벌하러 온 것이다”라고 겁박했다. 이것이 정벌의 대의명분에 해당하는 말이라 하겠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고구려 옛 땅을 다 먹었으니, 그 계승을 표방한 고려 또한 당연히 고개 숙이고 거란에 기어들어와서 신하로 자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뜻이었다.
협박장이 또 날아들었는데 그에서 이르기를 “우리나라가 사방을 통일하였으니 아직 귀부하지 않은 나라는 기필코 소탕시킬 것이다. 속히 항복하여 오래 머무르지 않도록 하라”고 한다.
이걸 본 서희는 역시 정무감각이 뛰어났다. 딱 보니 거란이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고려가 알아서 기어 들어와 이제부터 우리가 영원한 거란의 신하가 되어 변방을 수호하겠다 딱 이거였다.
서희가 그 글을 보고 돌아와서 강화할 수 있는 기미가 있다고 아뢰었다. 왕이 감찰사헌監察司憲 차예빈소경借禮賓少卿 이몽전李蒙戩을 거란 군영에 보내어 강화를 청하였다. (고려사절요)
차예빈소경이라 하는 것으로 보아 이몽전은 이때 외교부 접대 담당이었다. 그런 이몽전을 만난 소손녕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런 이몽전이 돌아와서 이런 사정을 보고하자 이제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할 것인가를 두고 고려 조정에서는 격론이 벌어진다. 이때 서희가 나선다.
제가 한 번 담판을 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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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고려거란전쟁] (1) 뻘짓한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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