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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책에 묻혀 지낸 나날들, 그것이 키운 건 오만방자였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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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기자 시절 한 단면이라 상기해 둔다. 

탑재 시점을 보니 11년 전 오늘 2014년 7월 19일이라, 종로 수송동 연합뉴스 편집국 문화부 내 자리다. 

이미 현역 기자로는 고참급에 속해 당시 차장이었던 나는 문화부에서 크게 두 가지 분야를 전담했으니 
문화재와 학술이 그것이다. 

저 중에 문제는 학술. 

이게 참말로 골이 아파서, 그것이 커버하는 범위가 실은 아주 묘해서 안 걸리는 데가 없다. 

저 학술을 담당하면 출판 또한 겸하게 되는데, 이른바 학술서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덮어놓고 학술 담당이라

출판사에서 소개해 달라는 책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문화재를 하면서, 기타 학술 관련 움직임도 커버하면서 학술 출판까지 한 사람이 한다?

솔까 불가능하다.

그 많은 책을 어찌 소화한단 말인가?

결국 선별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조차 쉽지 않아서 결국 저 꼴이 벌어져서 저렇게 책이 쌓이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그렇다고 나는 쉬 버릴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 나아가 관심 분야가 워낙 넓어 오지랍주의 발동하는 까닭에 이것도 필요하다 저것도 필요하다 해서 욕심내다 보니 천지사방 저렇게 되고 만다. 

주변 자리 두 개는 더 차지하고 앉아서 온통 도서관으로 만들고 만다.

때마다 한 번씩 처분한다 해서 편집국에 내어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책들을 가져간다. 

그것도 전쟁이 벌어져서, 인기 있는 품목은 금새 동이 나지만, 학술서적은 인기가 없어 처분도 쉽지 않다. 

결국 그렇게도 처분되지 않는 책은 폐지로 가는 운명을 맞게 된다. 

저 많은 책을 어찌 내가 다 소화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내일 혹은 모레 소개할 작정으로 집으로 바리바리 싸서 오지만, 방구석에 들어앉아마자 뻗어버리니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결국 집이 책으로 미어터진다. 

저것과는 별개로 내가 필요한 책들이 반드시 신간일 수는 없으니,

구입본이 따로 있어 그것들까지 합친 집구석은 거대한 책 쓰레기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괜히 책 공해 시대라 하겠는가? 진절머리가 난다. 

그렇다고 쉬 버리지도 못하는 성정이라 지금까지 끌어안고 있다. 

기자생활 31년 중 저런 생활을 20년을 했으며 문화부 이전에도 책을 끼고 살았다. 

다 고역처럼 말하지만, 어찌 고역뿐이겠는가?

내가 좋아 미친 듯 파고든 책이 어찌 한둘일 수 있겠는가? 

내가 연구자연하며 거덜먹이는 지식분자들 증오하는 이유가 딴 게 없다. 

지금은 다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나보다 책 많이 읽은 놈 없고 나보다 더 공부한 놈 없다. 

교수? 박사?

까불고들 있네. 

지들이야 나를 갖고 놀았다 하겠지만

다 내 아래였고 내가 갖고 놀았다.

저에서 키운 것은 오만방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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