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학교 의료센터Stanford University Medical Center 제공

아주 오래전,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지구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수조 개에 달하는 미생물microorganisms, 즉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me도 함께 이동했다.
우리 장내에 서식하는 이러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는 섬유질 소화, 비타민 생성, 면역 체계 강화 등 신체 기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생활 방식이 미생물군 구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면서 미생물군은 최근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된다.
산업화한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비산업화한 생활 방식을 지닌 사람들에 비해 미생물 다양성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한 국가의 사람들은 자가면역 질환, 제2형 당뇨병, 비만 및 기타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는데, 이는 비산업화한 집단에서는 드문 현상이다.
이는 미생물군집 손실이 이러한 질병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대한 중요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제기한다.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하고 10월 7일 네이처Nature에 게재 예정인 새로운 연구는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특유의 다양하고 고유한 미생물군집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했다.
미생물군집의 오랜 구성원 중 어떤 미생물이 인간과 함께 진화했는지에 대한 통찰력은 산업화로 인한 미생물 다양성 손실이 인간의 생물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세계에서 몇 안 남은 수렵채집민 집단 중 하나인 탄자니아 하드자Hadza 족과 산업화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은 볼리비아 아마존 토착 수렵채집 및 원예민인 치마네Tsimane 족 미생물군집을 최초로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두 집단 조상이 된 인류 집단은 수만 년 전에 지리적으로 분리되었지만, 하드자족과 치마네족은 1,200종 이상의 박테리아를 공유하며, 그중 거의 90%는 다양성이 매우 높은 치마네족 미생물군에서 발견되었다.
이러한 종들 중 대부분(약 60%)은 산업화한 인구 집단의 미생물군에서는 드물거나 완전히 부재한다.
연구진은 여러 상호보완적인 집단 유전학 분석 기법을 사용해 미생물 균주가 분리된 시기를 추정했다.
많은 종의 경우, 이러한 추정치는 선사 시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대규모 이주를 한 시기와 일치한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결론은 현대 인구 집단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 계통이 고대 인류 이주를 통해 깊이 뿌리내린 진화적 기원을 지닌다는 것이다.
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이자 알렉스 앤 수지 알가드 석좌교수Alex and Susie Algard Endowed Professor이며 이번 연구 책임 저자인 저스틴 소넨버그Justin Sonnenburg 박사는 "이번 연구는 산업화한 환경의 미생물 군집에서 드물거나 사라진 수백 종 박테리아가 인류가 전 세계를 이동하면서 함께한 고대의 동반자였으며, 수천 년 동안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기적인 연관성은 최근 미생물 군집의 생물 다양성 손실이 우리의 생물학적 특성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심층 유전체 분석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심층 메타게놈 시퀀싱deep metagenomic sequencing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샘플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식별하기 위해 샘플 내 DNA 구성 요소를 나타내는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한다.
수백만 개 짧은 DNA 염기서열이 생성되며, 겹치는 염기서열 부분은 이 짧은 염기서열들이 연결되어 더 긴 염기서열을 형성하는 부분을 나타낸다.
이렇게 생성된 긴 염기서열은 미생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검출된 미생물을 식별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치마네족 건강 및 생활사 프로젝트 팀은 치마네족으로부터 자발적으로 제공받은 대변 샘플을 확보했다.
소넨버그와 그의 동료들은 이전에 하드자족 샘플에 대한 메타게놈 시퀀싱을 완료했으며, 이는 2023년 Cell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하드자족의 평균 미생물 종은 약 750종인 반면, 캘리포니아 주민의 평균 미생물 종은 250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번 새로운 연구에서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진은 이전에 2020년 Nature Communications 연구에서 저해상도로만 시퀀싱한 치마네족 샘플에 대한 최초의 심층 시퀀싱을 수행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포착하기 어려운 저빈도 종을 포함해 각 부족 미생물 군집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대한 포괄적인 목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치마네족은 총 약 1,400종 미생물을 보유하며, 이 중 1,231종(약 90%)은 하드자족과 공통으로 나타났다.
소넨버그 연구원은 "치마네족 미생물 군집 대다수 종이 하드자족 미생물 군집과 일치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생활 방식, 유사한 결과
이러한 놀라움은 두 부족 식단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하드자족은 임팔라와 고슴도치 같은 포유류, 새, 물고기를 사냥하고, 덩이줄기와 열매를 포함한 과일과 채소를 채집한다.
반면 치마네족은 주로 농사를 짓고 플랜틴, 쌀, 카사바, 옥수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작물과 생선, 페커리, 기타 숲 동물 살코기를 섭취한다.
게다가 두 집단은 수만 년 동안 분리되었다. 이러한 지리적, 생활 방식의 분리에도 불구하고 두 집단 미생물 군집은 종 수준에서 높은 수준의 중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치마네족 조상들이 전 세계를 이동하면서 함께 이동한 핵심적인 박테리아 및 기타 종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이번 연구 공동 책임 저자이자 인간 장내 미생물 군집 진화 역학과 집단 유전학을 연구하는 응용 물리학 조교수 벤자민 굿Benjamin Good 박사는 말했다.
"이러한 미생물들이 오늘날 하드자족과 치마네족 조상들이 지리적으로 분리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을까?"라고 소넨버그는 반문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벤의 연구팀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이 발견한 사실은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미생물 군집의 진화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미생물의 빠른 진화 속도와 개인의 미생물 군집이 계절이나 음식 섭취량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변화하는 복잡성 때문에 미생물 군집의 전체적인 진화 역사를 밝히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
굿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다.
박테리아는 복제 과정에서 직계 조상으로부터 DNA를 물려받을 뿐만 아니라, 수평적 유전자 전달이라는 과정을 통해 다른 균주와 DNA를 빈번하게 교환하기 때문에 진화적 재구성을 복잡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오랜 공통 조상과 최근의 미생물 교환을 구분하기 위해 여러 독립적인 유전체 특징을 분석했다.
수직적으로 유전되는 DNA의 돌연변이율을 살펴보는 것도 종들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한 시기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돌연변이는 시계 초침처럼 일정한 속도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 분석 결과, 비산업화 집단의 미생물 군집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많은 박테리아 종이 수천 년에 걸친 진화 역사를 지님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상세한 균주 분리 분석을 통해 얻은 시간 추정치는 인류의 주요 이주 시기와 일치했다.
굿 연구원은 "이러한 박테리아들이 치마네족과 하드자족의 조상, 그리고 아마도 우리 모두의 조상에게도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중요한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밝혔한다.
만약 인류가 수만 년 동안 이러한 미생물들과 상호작용했다면, 산업화로 단 몇 세대 만에 이들 중 상당수가 사라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존 연구에서는 미생물 군집의 변화와 다양한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항생제 노출, 저섬유질, 고지방, 고당분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지나치게 위생적인 생활 환경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우리 장내 미생물 군집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는데, 이러한 변화는 인간 유전체에 암호화한 생물학적 특성과 양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이러한 생물 다양성 손실의 생물학적 결과는 향후 연구의 중요한 목표다.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우리 장내 미생물 군집의 역사와 건강 및 웰빙과의 연관성을 계속해서 연구할 계획이다.
소넨버그 교수는 "만약 하드자족과 치마네족이 지닌 이러한 미생물들이 정말로 우리 진화 생물학 일부라면, 산업화한 국가에 사는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인간 유전체가 적응해 온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고 말하며, "우리는 인간과 장내 미생물 사이의 오랜 관계를 더욱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Publication details
Justin Sonnenburg, Prehistoric global migration of vanishing human gut microbes, Nature (2026). DOI: 10.1038/s41586-026-11106-1. http://www.nature.com/articles/s41586-026-11106-1
Journal information: Nature Communications , Cell ,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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