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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Handbook of Survival in History

by 초야잠필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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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작은 나라가 살아 남는법이라는 매뉴얼=핸드북을 쓴다면 아마 단연 한국사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 본다. 

 

대개 한국사는 사대와 문약함으로 점철되었다고 보기 쉽지만, 사실 사대를 한다고 해서 독립이 덜컥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국사의 독립이 유지된 전체 기조는 살아 남기 위해 손에 잡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 결과였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을때는 심지어는 원나라 世祖舊制도 끌어쓰고 왜 중국이 조선을 쳐들어오면 안되는가를 지식인들 사이에 논리적으로 설파하기 위해 3천년전 기자동래설箕子東來說까지 동원해서 이데올로기전을 펼치고 그러고도 쳐들어오면 산꼭대기로 올라가 물러갈 때까지 버틴 것이 한국사였다는 점을 잊기 어렵다.   

 

쉽게 말해 사대를 했건 뭐를 했건 한국같은 지정학적-기후적 조건 속에서 빈약한 생산성으로 수천년을 독립국으로 버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일년 내내 농사지어봐야 뭐 제대로 나오는게 없는 땅에서 그래도 독립을 유지하려고 골머리를 싸맸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필자가 국조보감國朝寶鑑을 통독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내 생각보다 훨씬 조선시대 사람들은 국제전에서 살아 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Handbook of survival in history라는 秘傳의 매뉴얼이 앞으로도 한국사에서 그대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만,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회있는 대로 써보겠다. 

 

고려는 왠만하면 그대로 놔두라고 했다는 "世祖舊制"는 몽골 전성기 고려를 합병하려는 시도가 있을때 마다 고려를 구해준 가장 중요한 무기였다. 고려라는 나라를 굳이 저대로 둘 필요 있냐라는 주장이 나오면 고려에서는 이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고 이건 왕조의 사실상 개창자인 세조=쿠빌라이가 교통정리한 내용이라는 점을 필사적으로 설파하였다. 世祖舊制는 이 논리가 당시 먹힌것을 보면 분명히 있기는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적어도 원사 고려전에서는 그 대목을 직접 찾기 어려웠다 (필자가 못찾은 것일수도). 반면 고려사에는 世祖舊制가 실려있어 양측이 이 선언을 지켜보는 입장이 미묘하게 달랐음을 짐작할수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겠지만, 고려가 원나라때 종속국의 형태라도 반독립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 않았다면 원명 교체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정치군사적 직접 간섭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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