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작은 나라가 살아 남는법이라는 매뉴얼=핸드북을 쓴다면 아마 단연 한국사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 본다.
대개 한국사는 사대와 문약함으로 점철되었다고 보기 쉽지만, 사실 사대를 한다고 해서 독립이 덜컥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한국사의 독립이 유지된 전체 기조는 살아 남기 위해 손에 잡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 결과였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을때는 심지어는 원나라 世祖舊制도 끌어쓰고 왜 중국이 조선을 쳐들어오면 안되는가를 지식인들 사이에 논리적으로 설파하기 위해 3천년전 기자동래설箕子東來說까지 동원해서 이데올로기전을 펼치고 그러고도 쳐들어오면 산꼭대기로 올라가 물러갈 때까지 버틴 것이 한국사였다는 점을 잊기 어렵다.
쉽게 말해 사대를 했건 뭐를 했건 한국같은 지정학적-기후적 조건 속에서 빈약한 생산성으로 수천년을 독립국으로 버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일년 내내 농사지어봐야 뭐 제대로 나오는게 없는 땅에서 그래도 독립을 유지하려고 골머리를 싸맸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필자가 국조보감國朝寶鑑을 통독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내 생각보다 훨씬 조선시대 사람들은 국제전에서 살아 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Handbook of survival in history라는 秘傳의 매뉴얼이 앞으로도 한국사에서 그대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만,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회있는 대로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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