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찌하여 저들 글씨체를 어거지로 쑤셔박아 광개토왕비[이하 광비]의 그것에 호응하는 아류작으로 만들었는지 그 심사가 몹시도 나는 궁금하거니와,
서예학 하는 사람들이 쓰는 그 밑도끝도 없는 말을 빌려다가 본다면 저 글자는 예서체를 완전히는 벗어나지 못해, 소위 고졸古拙할 느낌을 주는 해서체 아닌가?
저 어디가 광비랑 통하며, 그 자매편인 호우총 청동 그릇 그 글씨체와 통한단 말인가?
같은 눈깔을 달고 있는데, 시력이 달라서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대체 아래 비교자료로 제시한 광비 혹은 호우총 어디랑 저 글씨체가 닮았단 말인가?



한데 일부 얼빠진 놈들이 저 서체를 광비 혹은 호우총 호우 명문과 같거나 비슷하다고 강변하고선, (그래 강변까지는 그럴 수 있다 치자. 지들이 보고 배운 게 없으니깐 그렇다 치자.) 한 걸음 두 걸음, 백 걸음을 내달아서는 그래서 저것이 고구려가 신라 심장부에 주둔하면서 세운 거랜다.
서체야 그렇다 치고 다음으로 저 짧은 구절들에서 무엇을 건져낼 수 있는가?
왼쪽에서 기준점을 삼아 두번째 줄은 김영문 선생 판독대로 存社가 거의 확실하다.
비스듬히 찍은 첫번째 첨부 사진을 보면 거의 확실히 社다.
따라서 저 문장은 볼짝 없이 存社稷이라, 사진을 보존했다는 맥락이 될 터이다.(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니 더는 확대 말라)
그 다음 세번째 줄은 稱은 확실하고 그 다음 글자는 一자 부분만 남았다.
김영문 선생은 大의 일부 아닐까 추단하는데 稱이라는 글자와 조합한다면, 그리고 저것이 혹여라도 大자라면 大王 大帝 정도가 되는 문구가 올 것이라 뭐라 칭하기에 이르렀다 뭐 이런 맥락 아니겠는가?
그 다음은 백천白天이라는 문구가 확실하다. 이건 글자 그대로는 흰색 하늘어니와, 白은 오행설에 따르면 西와 연동해서 곧 서천西天을 말할 공산이 크다.
《회남자淮南子·타형훈墬形训》에 이르기를 “弱土之气,御于白天,白天九百岁生白礜。” 라 한 것이 그 보기다. 이 구절은 서방의 약한 땅 원기元气가 백천을 운행하다 보면, 그 백천이 900년이 되면 백여白礜라는 광물질을 만들게 된다 뭐 이런 뜻인 듯한데, 우야둥둥 백천은 서쪽 하늘이다.
이것이 물리적 위치를 말한다면, 또, 신라 기준으로 말한다면 서쪽 하늘은 중국이다.
그 다음은 貢不이 확실하고 그 다음 글자는 부수자에 해당하는 門 윗대가리만 남았는데, 문맥으로 보아 역시 김영문 선생 추단대로 闕이 올 가능성이 있다. 조공을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는 뜻이다.
그 다음 마지막은 중간 渡만 확실할 뿐, 나는 度일 가능성도 있다 보는데 어차피 두 글자는 자주 통용하니 피장파장이다.
물을 건넌다는 뜻이다. 바다를 건너건 강을 건너건 은하수를 건너건 물을 건넌다는 뜻이다.
저 비석은 워낙 잔편이라 시대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서체로 보면 신라 중고기 이래 고려 조선까지 될 수 있다.
경주에서 나왔다고 신라? 웃기는 소리다.
그럼에도 그 지극히 단편하는 문구로만 보면 저건 신라가 일통삼한을 달성한 직후 비석이다.
조공하는 주체는 신라요, 조공을 받는 대상은 당이다.
종묘 사직을 누가 지키는가? 말할 것도 없이 신라다.
다만 저것이 어느 개인의 행적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너무 많은 비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나는 계속 내 짐작 혹은 주장을 말할 때 "이렇다면"이라는 조건절을 내건다.
이 시점에서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서체에 기반한 고구려 운운은 개소리라는 사실이다.
고구려가 세우지 마라는 법도 없지만, 그 근거로 내세운 것들은 하나같이 개소리다.
저 비석은 현재 우리한테 주어진 것들로 단언하건대 아무것도 확신하거나 추단할 수 없으며, 시대 또한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도 없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경주에서 출토됐다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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