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블록버스터 영화 The Odyssey가 극장가를 강타한 일이 여러 풍파를 동시에 일으키거니와 개중 하나가 이른바 원전에 대한 욕구 불만이라
얼마전 어느 카페에서 중년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으니[뭐 내가 듣고 싶어 들었겠는가? 하도 시끄러바서 다 들렸다!] 이르기를 아마 동네 도서관 같은 데일 터인데 "오디세이를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가 없다" 하거니와, 대출을 말한다 하겠다.
비단 오디세이만이 아니라 그 모본에 해당하는 일리아스까지 싹쓸이라, 나아가 조금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이스킬로스니 소포클레스며 에우리피데스를 망라하는 희곡 작품에까지 손대지 않을까 싶다.
저들 소위 3대 비극작가 소재는 9할은 저에서 파생하는 비극들인 까닭이다.
저 그리스 고전들은 생각보다 엄청난 번역이 이뤄졌다.
일리아스 오디세이만 해도 식민지시대 이래 도대체 국내에 선보인 역본이 몇 종인지 알 수도 없고, 비극작가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그 지랄맞은 플라톤은 아예 전집까지 나온 판이다.
문제는 개중 어떤 역본을 믿을 만하다 해서 손에 쥘 것인가가 되겠거니와, 저 앞선 아줌마들 대화에 내가 느닷없이 끼어들어 "번역본 잘 고르셔야 합니다. 엄청나게 기니깐 이만치 두꺼비한 것들을 일단 고르셔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런 반응에 그네들이 나한테 상당한 존경심을 표하는 듯했다. 이 으쓱함이란....심지어 그 자리서 오디세이 특강하고 싶은 욕망을 불끈 참았다.]
국내 출판계 선보인 그리스 고전기 작품은 영어 일본어 중역본이 10종 중 9종이고, 축약 발췌본이면서 그런 축약 발췌 사실을 숨긴 것이 10종 중 9편이라
물론 정평이 난 영어 역본, 혹은 일본어 역본을 아주 축자식으로 옮긴 것이면, 어차피 우리가 그리스 저 시대로 그대로 들어가지 않을진대 차라리 어슬픈 희랍어 원전 역본보다는 낫다 하겠으니 이는 내 경험을 보건대 그렇다.
외려 일본어 역본을 아주 그대로 옮긴 것들이 괜찮은 번역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내가 두 역본을 대조해 본 몇 가지 경험에서 그랬다.
저 분야 국내 독보를 자랑한 故 천병희 선생의 경우, 원전 번역을 표방했지만, 당신도 계속 밝혔듯이 이 양반은 독일 유학파 출신이라, 독일어 역본에 굉장한 신뢰를 보냈고 그를 대폭 참조했다.
천병희 이후 세대가 지금은 한창 활동 중이라, 플라톤 저작 시리즈를 통째로 옮기는 일을 하는 플라톤학당? 사람들인가가 이쪽 정통 전공자이며[대체로 철학자 그룹이다], 나아가 국내 서양 사학도로 저쪽 전공자들이 전문가다.
아울러 신학 쪽에 고전 희랍어 전문가가 좀 포진하는데, 라틴어의 경우 아마 신부 수업에서 라틴어 전공은 필수 아닌가 싶지만, 나는 저짝 천주교 스님들 세계는 몰라서 일단 패스한다.
국내 대학 서양 문학 전공자 중에서도 더러 정통이 보이는데, 내 은사 중 한 분이셨던 연세대 영문과 임철규 선생님이 그러했다. [이 양반은 고대 희랍어 독해 강좌를 따로 개설하기도 했다. 내가 한 학기 수강했다가 뒤지는 줄 알았다.]
저리 희랍어 고전이 넘쳐나는 이유는 간단해서 하도 죽은지 오래되어 놔서 대개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
기원전 700년대를 살다간 호메로스가 이 시대 관뚜껑 열고 나와서 내 허락없이? 라고 따질리 만무하고 그보다 약간 세대가 뒤쳐지나 소크라테스보다도 연배가 훨씬 높은 저 3대 비극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예서 중요한 판단 기준은 내가 보건대 다음이라
1. 역자 전력....고전 희랍어 라틴어 정통 전공자들의 것을 선택하라....영문과 교수 운운하거나 전문번역가 운운한 사람들 역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저 정통 전공자들은 존심이 있고, 나아가 실제 그 역본 수준을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물론 그 원전 번역을 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런 사람들 치고 영어 역본, 일본어 역본 참고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왜? 오역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대차대조가 필연이기 때문이다.
2. 두께....어느 정도라 단안은 하지 못하겠지만 저 일리아스랑 오디세이는 제대로 번역하면 엄청난 부피가 나온다.
판형 글자 크기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우리한테 익숙한 신국판 기준으로 할 때 제대로 된 번역본은 일단 500쪽은 너끈히 넘어야 정상이다.
3. 주석...물론 이 주석은 독서에 방해로 여기는 사람이 있지만, 이 주석이야말로 그 역본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절대 기준이다.
주석이라 해서 시덥잖게 제우스가 최고 신이니 하는 그 따위 하나마나한 것들은 필요가 없다.
일단 주석에 정석 수학에서 자주 본 그 희랍어 꼬부랑 글씨[알파니 오메가니 입실론이니 시그마니 하는 그 괴짜들 말이다]가 잔뜩 보이면, 역자가 열라 난 진짜 전문가이니 나 이렇게 잘난 사람이라 자랑하고파 환장한 사람들이라, 이런 주석이 많은 판본을 골라야 한다.
주석? 방해된다지만 거추장스럽다 생각하면 안 보면 그만이다.
4. 번역 대본....반드시 이를 확인하라. 제대로 된 역본은 반드시 독자 일러두기나 해제에다가 이를 밝히게 되어 있다.
저들 그리스 라틴어 고전은 요새는 세상이 참말로 좋아져서 그 원전 텍스트도 주루룩 무료 서비스하며 더구나 저작 시효가 끝난 저명한 권위 있는 영어번역 역시 마찬가지라, 웹서칭도 하는 재미를 들인다면 더 좋겠다.
저 앞대가리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들었거니와, 워낙 문학전문출판사로서 명성이 있거니와, 그 역자 수준은 다 믿을 만하거니와, 다만, 이것도 개별로 살피면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하는 게 없다 할 수 없고
무엇보다 책이 생각보다 무구바서 난 다자 선택이 가능할 때는 저 민음사는 버린다!
나이 들어가며 가장 중요한 선택 책 선별 기준이 무게더라.
저 명망 있는 출판사가 왜 저딴 무구바 판형을 선택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안 무구바? 경쟁사들 책이랑 같이 들어보면 그 심각성 금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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