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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선3

시인의 마을 정태춘 선생은 시인의 마을, 촛불, 북한강에서 등과 같은 주옥과 같은 명곡을 남겼다. 그리고 필자가 알기로 어느 순간, 이 전까지의 곡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감상적 곡으로 보다 현실 참여의 곡을 쓰겠다고 선언하고 이후 작품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 나는 이러한 예술가, 문학가의 현실참여 의식은 예술과 문학의 성장에 방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한국 문학에 중국의 당시, 일본의 와카와 같이 감성을 건드리는 절묘한 작품이 거의 남지 않은 것도 현실참여 의식 때문이다. 현실참여 의식이 상상을 가로막고 감성을 통제하며 이성이 문학을 농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려와 조선의 그 수많은 문인이 어마어마한 작품을 남겼지만, 그 안에서 우리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은 몇 안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태춘 선.. 2023. 6. 16.
불교가 살아가는 초대형 이벤트 불사佛事, 사리 영이기와 관세음 응험기가 결합한 1313~14년 고려 개경 국청사 불상 봉안기 아래 비교적 긴 글은 조선 초 사가정 서거정이 편집 주간을 맡아 완성한 거질 한국문학총서 동문선東文選 권 제68 기記가 저록한 민지閔漬(1248~1326)의 국청사 금당주불 석가여래 사리영이기 [國淸寺金堂主佛釋迦如來舍利靈異記] 라는 글 전문이라, 하나하나 음미해서 봐야 한다. 불교문학에서는 매우 흔한 사리영이기舍利靈異記란 간단히 말해 부처님 사리를 둘러싼 신이한 이야기라는 뜻으로, 본문에서 음미하면 드러나겠지만, 이는 역시 불교문학에서는 흔한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이기도 하다. 관세음응험기란 관세음보살, 약칭 관음보살이 선사하는 신이한 행적을 기록한 글이라는 뜻으로, 가장 보편적인 기술은 없던 사리가 각중에 느닷없이 나타났다거나, 혹은 사리 한두 개가 또 각중에 느닷없이 무한세포증식을 거듭해 여러 개로 .. 2023. 2. 14.
담장은 분칠하고, 나무는 꽃으로 만드는 눈 눈[詠雪] [高麗] 임유정(林惟正) 듣기도 어여뻐 밤새도록 내리는 소리 - 제기(齊己)얇은 조각 바람에 흩날려 하늘하늘 - 신인손(辛寅遜)그윽한 골짜기엔 솔 소리 섞갈리고 - 노조(盧肇)빈 뜰에서는 달빛과 뒤섞이네 - 승(僧) 정근(正勤)담 두르면 전부 분칠한 듯하고 - 이상은(李商隱) 나무 붙으면 모두 꽃을 만드네 - 조등(趙膝)시인한테 말씀 좀 전해 주게 - 전기(錢起) 앞마을 가면 외상술 괜찮다고 - 화방(和放) 聽憐終夜落, 片薄逐風斜. 幽澗迷松響, 虛庭混月華. 繞墻全剝粉, 着樹摠成花. 爲報詩人導, 前村酒可賖. 한국고전번역원이 제공하는 양주동 번역을 약간 손질했다. 《동문선東文選》 제9권 오언율시(五言律詩)에 수록됐으니, 작자 임유정은 1100년대 고려시대를 살다간 사람이라, 그 생몰이 자세치 않거..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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