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로 피우는 불
고려말 문사 백문보白文寶와 같은 해에 급제한 윤택尹澤이라는 사람은 유난히 밤나무를 사랑한 모양이다. 새로 이사하는 집마다 밤나무를 심었으니, 그리하여 당호堂號 또한 밤나무 정자라 해서 율정栗亭이라 할 지경이었다. 당호를 그리 정하니 친구인 백문보가 이를 기념하는 글을 썼다. 이름하여 '율정설栗亭說'이 그것이니, 이에서 백문보가 읊기를, 일찍이 (택이가) 나에게 말하기를 '봄이면 가지가 성글어서 가지 사이로 꽃이 서로 비치고, 여름이면 잎이 우거져서 그 그늘에서 쉴 수 있으며, 가을이면 밤이 맛이 들어 내 입에 가득 채울 만하며, 겨울이면 껍질을 모아 내 아궁이에 불을 땐다네. 나는 이 때문에 밤나무를 고른다네'라고 했다. (원주용 옮김, 김혜원 교점 《담암일집淡庵逸集》, 한국고전번역원, 2012.12, ..
2018.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