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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6

살구꽃비에 옷깃은 촉촉히 젖어들고 한시, 계절의 노래(1) 절구(絶句) [宋] 승지남(僧志南) / 김영문 選譯評 늙은 나무 그늘 속에다북쑥 싹 짧게 돋아 지팡이에 몸 기대고다리 동쪽으로 건너가네 살구꽃비에 내 옷이촉촉하게 젖어드는데 얼굴 스치는 버들 바람도차갑지 않구나 古木陰中系短篷, 杖藜扶我過橋東. 沾衣欲濕杏花雨, 吹面不寒楊柳風. 절기가 청명에 이르면서 꽃샘추위도 한 풀 꺾였다. 얼굴에 스쳐오는 바람에 훈기(薰氣)가 느껴진다. 완연한 봄바람이다. 그 봄바람에 ‘행화우(杏花雨)’ 즉 ‘살구꽃비’가 쏟아진다. 가랑비나 보슬비에만 옷이 젖는 것이 아니다. 살구꽃비에도 봄옷이 촉촉하게 젖는다. 옷을 적시는 물질은 습기가 아니라 향기다. 그러므로 향기로 옷을 적시는 비는 세우(細雨)나 미우(微雨)가 아니라 향우(香雨)다. ‘살구꽃비(杏花雨)’는.. 2019. 4. 6.
주막을 물었더니 살구꽃 마을을 한시, 계절의 노래(311) 청명(淸明) [唐] 두목(杜牧, 803 ~ 852) /김영문 選譯評 청명절 부슬부슬봄비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마음 찢기네 여보게 주막은어디 있는가 목동 멀리 가리키네살구꽃 마을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우리는 요즘 추석에 성묘하는 것이 이미 풍속이 되었다. 옛날에는 한식(寒食)에 성묘하고 산소에 가토(加土)를 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 선조들의 무덤이 무탈한지 살폈다. 산소의 흙이 무너진 곳에는 새로 흙을 덮어주고 잔디가 죽은 곳에는 새로 잔디를 심었다. 한식과 청명은 대개 하루 차이인데 이 무렵에는 땅의 생기가 가장 왕성하여 부지깽이를 꽂아둬도 싹이 난다고 할 정도다. 중국에서도 옛날에는 ‘청명소묘(淸明掃墓)’라는 말을 자연스럽.. 2019. 4. 6.
야음 틈타 찾은 덕수궁 살구꽃 지나는 길에 살구꽃 향기 담 타고 넘어 오기에 막무가내로 끌려갔다. 어둑한 하늘 백댄서 삼아 살구꽃 여전히 만발이더라. 진즉에 졌을지 모르나 꽃샘에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호롱불은 아닐터 심지 돋우다 코밑에 검댕이 바를 일은 없겠으나 엄마가 두들기는 다듬이질 소리 금방이라 들릴듯. 그래, 그땐 풀먹이고 인두로 지지고도 했어. 하긴 우리집은 초가였어. 저런 기와등 같은 집은 꿈이었더랬어. 손가락 침발라 창호지 뚫고픈 욕망 솟음한다. 혹 모를 일 아닌가? 누군가 연지곤지 바르고 쪽두리 쓴 채 수줍게 기다릴지. 벌써 힘 잃고 해파리마냥 흐물흐물한 참꽃을 장송한다. 그래 꿈이었어. 모든 게 꿈이었어. 그래도 꿈꾼 그 순간만큼은 그리도 행복했노라 해둔다. 꿈에서나마 함께 있었으니, 그래서 무척이나 행복했노라 해둔다. 2019. 4. 4.
살구꽃 만발한데, 친구는 사라지고 한시, 계절의 노래(307) 고향 살구꽃[故鄕杏花] [唐] 사공도(司空圖, 837~908) / 김영문 選譯評 꽃에 부치고 술에 부쳐새로 핀 꽃 기뻐하려 왼손에는 꽃가지 잡고오른손엔 술잔 잡네 묻노니 꽃가지여그리고 술잔이여 옛 사람들 어찌하여함께 오지 않았는가 寄花寄酒喜新開, 左把花枝右把杯. 欲問花枝與杯酒, 故人何得不同來.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이다. 『주역』 64괘의 배열도 기본적으로 도전괘(倒顚卦)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지천태(地天泰) 다음에는 그것을 뒤집는 천지비(天地否)가 오고, 수화기제(水火旣濟) 다음에는 그것을 뒤집는 화수미제(火水未濟)가 온다. 말하자면 천지만물이나 세상만사의 이치가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꽃이 피고 지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 2019. 4. 3.
살구 가지 끝에 보이는 붉은빛 한시, 계절의 노래(303) 이른 봄 두 수[春早二首] 중 첫째 [金] 단계창(段繼昌) / 김영문 選譯評 물고기 수면에 뜨고오리 머리 녹색인데 아지랑이 티끌 날리며회오리바람 솟구치네 울타리 뒤에 자리 잡은서산의 산가에는 살구나무 끝가지에붉은 빛 처음 보이네 魚兒水汎鴨頭綠, 野馬塵飛羊角風. 西崦山家籬落背, 杏梢初見一分紅. 매화가 지고 나면 이제 천지 곳곳에 꽃잔치가 벌어진다. 모든 봄꽃이 찬란하게 온 산천을 뒤덮는다. 살구꽃도 꽃잔치에 참여하여 어여쁜 얼굴을 뽐낸다. “묻노니 술집은 어디에 있느뇨? 목동이 저 멀리 살구꽃 마을 가리키네.(借問酒家何處在, 牧童遙指杏花村.)” 만당(晩唐) 두목(杜牧)의 절창 「청명(淸明)」이다. 비오는 봄날 술 고픈 나그네 앞에 살구꽃 마을(杏花村)이 멀찌감치서 환하게 다가선.. 2019. 3. 21.
백거이가 살구꽃한테 보내는 마지막 인사 한시, 계절의 노래(300) 조씨 마을 살구꽃[趙村杏花] [唐] 백거이(白居易, 772~846) / 김영문 選譯評 조씨 마을 붉은 살구꽃해마다 필 때 십오 년 간 몇 번이나보러왔던가 일흔셋엔 또 오기어려울 터라 올봄은 이별 위해여기 왔다네 趙村紅杏每年開, 十五年來看幾回. 七十三人難再到, 今春來是別花來. 백거이는 하남(河南) 신정(新鄭)에서 태어나 안휘(安徽) 숙주(宿州)에서 자랐다. 30대 중반부터 벼슬길에 나서 임직에 따라 장안(長安), 강주(江州), 항주(杭州), 소주(蘇州) 등지를 편력했다. 그러다가 53세에 태자좌서자분사(太子左庶子分司) 직에 임명되어 낙양으로 갔다가 그곳 산천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는 낙양 이도리(履道里)에 집을 마련하고 인생 후반의 거처로 삼았다. 하지만 낙양에 거처를 마련하.. 2019.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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