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왕유10 굴절한 빛이 비춘 이끼 한시, 계절의 노래(86) 녹채(鹿柴) 당 왕유(王維) / 김영문 選譯評 텅 빈 산에사람 보이지 않고 두런두런목소리만 들려오네 반사된 햇볕깊은 숲에 들어 푸른 이끼 위를다시 비추네 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 返景入深林, 復照靑苔上. 후세 사람들은 왕유를 시불(詩佛)이라 일컫는다. 그는 독실한 불교 신자인 어머니 영향을 깊이 받았다. 게다가 그의 이름 유(維)와 자(字) 마힐(摩詰)을 합하면 ‘유마힐(維摩詰)’이 된다. 유마힐은 석가모니와 같은 시대 재가불자(在家佛者)로 학덕이 높았다. 왕유는 이처럼 그의 삶과 연관된 불교 인연으로 시불이라 불릴까? 물론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시불이라는 그의 별칭은 불교의 이치를 생활화하고 그것을 시로 형상화하는데 뛰어났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봐야 한다. 그의 시에 자주 .. 2018. 6. 22. 서역에선 누가 대작해 주겠나? 한시, 계절의 노래(75) 안서로 가는 원이를 배웅하다(送元二使安西) 당 왕유 / 김영문 選譯評 위성 아침 비에티끌이 젖어 객사 버들 빛새로 푸르네 다시 한 잔 남김 없이다 마시게 서쪽 양관에 가면벗도 없으니 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아침부터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객사를 둘러싼 버드나무는 비를 맞고 더욱 애잔한 초록빛을 드러낸다. 빗속에 변방으로 벗을 보내야 하는 아침이다. 두 벗은 단촐하게 이별주를 마시며 아득한 보슬비를 바라본다.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른바 절제의 미가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 아침 비는 통곡하듯 퍼붓지 않고 가벼운 먼지를 적실 정도로 보슬보슬 내린다. 벗을 잡고 싶지만 버들 류(柳) 자 하나로 에둘러 마음을 표현했다. 버들.. 2018. 6. 13. 대숲이 머금은 절대고독 한시, 계절의 노래(56) 죽리관竹裏館 [당唐] 왕유王維 / 김영문 選譯評 그윽한 대 숲에나 홀로 앉아 거문고 타다가또 긴 휘파람 숲 깊어 다른 사람알지 못하고 밝은 달 다가와비춰주누나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근대는 빛과 함께 왔다. 모든 빛(文明)은 어둠과 야만을 적대시한다. 우리는 밤을 몰아낸 찬란한 빛 속에서 산다. 그윽하고[幽] 깊은[深] 대숲[竹林]은 사라진지 오래다. 죽림에 숨어 살던 현인들도 이제는 만날 수 없다. 혼자 태어나 혼자 죽으며 하나의 생명만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절대적으로 고독한 존재다. 현대인은 자신의 고독을 보듬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몰려 가지만 이제 우리 산천 어디에도 고독을 음미할 장소는 없다. 산도 강도 욕망에 굶주린 암수 군상들의 시끄러운 캬바.. 2018. 6. 3. 한잔 죽 들이키고 마음 푸시게나 친구 배적(裴迪)과 주거니받거니 하면서[酌酒與裴迪] 왕유(王維) 여보게 술 한 잔 받고 그대 마음 푸시게나인정이란 물결처럼 자주 뒤집히기 마련이네백발까지 사귄 친구라도 칼 쥐고 경계하며 먼저 출세길 달리면 거들먹이며 깔본다네풀이야 가랑비만 맞아도 젖기 마련이고 가지 위 꽃피려 하면 봄바람도 차가워진다네.세상사야 뜬구름이니 물어 무슨 소용있겠나?차라리 느긋이 은거하여 새참이나 더 드시게 酌酒與君君自寬, 人情飜覆似波瀾.白首相知猶按劍, 朱門先達笑彈冠.草色全經細雨濕, 花枝欲動春風寒.世事浮雲何足問, 不如高臥且加餐. 중문학도 홍상훈 인제대 교수 페이스북 포스팅을 옮겨오되 약간 손질했다. 2018. 4. 21.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