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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서역에선 누가 대작해 주겠나?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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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75)


안서로 가는 원이를 배웅하다(送元二使安西)


 당 왕유 / 김영문 選譯評 


위성 아침 비에

티끌이 젖어


객사 버들 빛

새로 푸르네


다시 한 잔 남김 없이

다 마시게


서쪽 양관에 가면

벗도 없으니


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아침부터 보슬보슬 비가 내린다. 객사를 둘러싼 버드나무는 비를 맞고 더욱 애잔한 초록빛을 드러낸다. 빗속에 변방으로 벗을 보내야 하는 아침이다. 두 벗은 단촐하게 이별주를 마시며 아득한 보슬비를 바라본다.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른바 절제의 미가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 아침 비는 통곡하듯 퍼붓지 않고 가벼운 먼지를 적실 정도로 보슬보슬 내린다. 벗을 잡고 싶지만 버들 류(柳) 자 하나로 에둘러 마음을 표현했다. 버들 류(柳)는 머물 '류(留)'와 발음이 통하므로 뜻도 빌려 쓸 수 있다. “술 한 잔 만 더 마시라”는 표현에도 끝없이 술잔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이별주를 권하는 이유도 벗을 간절하게 잡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변방으로 나가면 술 권할 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십 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노래의 중국 버전일까? 지금 같은 감정 과잉의 시대에는 얼마나 낯선 풍경인가? “슬프나 슬프지 않다(哀而不悲)”는 풍격이 이런 경지일 터이다.(김영문) 


위성(渭城)이란 지명이다. 지금의 섬서성 서안시 서북쪽에 위치한다. 이 일대를 관통하는 황하 지류를 위수(渭水)라 하는데, 그 북쪽 연안에 접한 곳이라 해서 위성이라 일컫는다. 조우(朝雨)란 글자 그대로 아침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浥이란 적신다는 뜻이다. 객사(客舍)란 관청에서 운영하는 숙박 시절이다. 류색(柳色)이란 글자 그대로는 버드나무가 내는 색깔이나, 김영문 선생이 앞서 말했듯이 이는 이별의 상징이다. 양관(陽關)이란 지금의 감숙성(甘肃省) 돈황(敦煌) 서북쪽 지명으로, 당시에는 서역(西域)으로 통하는 관문이 있던 곳이다. 關이란 말이 원래는 빗장이니, 흔히 관문을 의미할 적에 이 말을 쓴다. 이를 통해 왕유의 벗이 돈황으로 가는 길에 이별연을 마련했음을 알 수 있다. 하긴 제목에 벌써 배웅하는 벗이 가는 곳이 안서(安西)라 했으니, 서역에 안서도호부가 있었다. 안서도호부 치소(治所)는 당시 구자성(龜兹城)이라 했으니, 지금의 신장위구르 고차(庫車)를 말한다. 첨부 사진은 서역 일대 중심 중 한 곳인 고창고성이다.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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