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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총화9

정창손의 수염과 술상무 정유년에 유구국왕 사신이 우리한테 왔다. 성종이 경회루에서 접견했다가 (유구국 사신이) 객관으로 물러나서 통사通事(통역관)에게 말하기를 "귀국에 와서 세 가지 장관壯觀을 보았다고 했다. 통역관이 그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사신이 말했다. "경회루 돌기둥에 가로세로 그림을 새겨놓아 나는 용이 거꾸로 물속에 그림자를 지어 푸른 물결과 붉은 연꽃 사이에 보이기도 하고 숨기도 하니 이것이 한 가지 장관이고, 영의정 정공鄭公의 풍채가 준수하고 뛰어나며 백옥빛 같은 수염이 배 아래에까지 드리워 조정에서 빛이 나니 이것이 두 번째 장관입니다. 예빈정禮賓正이 매양 낮 술잔치에 참석하여 큰 술잔을 한없이 시원스레 마시면서 한 번도 어려워하는 빛이 없으니 이것이 세 번째 장관입니다."그때 이숙문李淑文이 예빈부정禮賓副正으로 있.. 2018. 2. 17.
신랑감은 역시 힘이 있어야? 처녀가 고른 남자 성현成俔(1439∼1504)의 《용재총화慵齋叢話》 권 제6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에 한 처녀가 있어 중매하는 사람이 많았으니, 개중 어떤 이는 신랑감이 문장을 잘한다 하고, 어떤 이는 활쏘기와 말타기를 잘하다 하며, 어떤 이는 못 아래 좋은 논이 수십 경頃 있다 하며, 또 어떤 이는 신랑감이 정력[陽道]이 장성壯盛하여 거시기에다가 돌을 담은 주머니를 걸어놓고는 흔들어서 머리를 넘긴다고 했다. 처녀가 시를 지어 그의 의사를 표시했다. “문장이 활발하면 노고가 많고 활쏘기 말타기 잘하면 전사하기 쉽고 못 아래 논은 홍수나면 쓸려가기 쉽고돌주머니 머리 넘긴다니 내맘에 쏙 드네” 2018. 2. 16.
숭배 대상으로서의 우물[泉 혹은 井] 우물에는 신령이 사는 곳이라 해서 신물로 존숭받은 흔적을 동아시아 역사에서는 콕 집어 찾아 제시하기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그 흔적 하나를 독서하다 우연히 발견해 소개한다. 조선 초기 문사文士 용재慵齋 성현成俔(1439∼1504)의 필기잡록 《용재총화慵齋叢話》 권 제3에는 그의 외할아버지 안공安公이 열두 고을 수령을 역임하면서 겪은 일화, 혹은 행한 일을 나열한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순흥 안씨 안종약安從約이라, 고려 공민왕 5년, 1355년에 출생하여 여러 지방관을 전전하다가 해주목사를 마지막으로 정계 은퇴해 은거하다가 세종 6년, 1424년에 향년 70세로 졸했다. 이에는 그가 지금의 충남 부여 일대에 설치된 임천林川군을 다스리던 때에 지방장관으로 행한 여러 행적 중 하나로 음사淫祠 철폐를 들었거니와.. 2018.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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