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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31

[自述] 한문과의 만남 돌이켜 보면 내가 한문에 혹닉惑溺이랍시고 한 시절은 중2 무렵이었다. 다른 자리에서도 줄곧 말했듯이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엔 책이라곤 교과서와 동아전과가 전부였으니 한문 교재라고 있을 리 만무했다. 한데 어찌하여 그 무렵에 이웃집 형이 쓰는 고등학교 한문책(소위 말하는 한문2가 아니었나 한다)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거니와, 한데 또 어찌하여 이를 살피니, 그에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赤壁賦적벽부(전후편 중 전편이다)와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를 만나게 되었다. 중학생이 뭘 알겠냐만, 그걸 번역문으로, 그리고 원문과 대략 끼워 맞추어 읽고는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그날로 단숨에 두 작품을 반복하여 읽고는 전체를 암송해버렸다. 지금은 적벽부라 해봐야 壬戌之秋임술지추 七月旣望칠월기망이란 그 .. 2024. 1. 22.
푸른 하늘에 토설하는 시 푸른 하늘을 종이 한 장 삼아 내 뱃속의 시를 적으리라 - 이백(702-762) *** Editor's Note *** 태백은 호방하다지만 난 그를 볼 때마다 불쌍해 죽을 지경이다. 그의 본령은 파토스 pathos지 호방은 무슨 얼어죽을? 저 구절은 이태백 망여산오로봉望廬山五老峯, 곧 여산 오로봉을 바라보며 라는 시 후반부로 전체는 다음과 같다. 五老峰爲筆 오로봉으로 붓을 삼고 三湘作硯池 삼상 강물은 벼루에 담네 靑天一張紙 푸른 하늘 종이 한 장 삼아 寫我腹中詩 내 마음 속 시를 적으리라 이 시를 안중근이 좋아한 듯, 이를 쓴 그의 필적이 전하니 아래가 그것이라, 안중근기념관 이주화 선생이 소개한다. 2023. 10. 20.
인상파 이백李白 언젠가 당시는 일본 와카의 선구를 이룬다고 썼었지만, 당시唐詩가 순간을 포착하고 사람의 심리를 잡아내는 수준은 정말 대단하다. 그 미묘한 찰나의 순간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까닭이다. 필자는 당시야 말로 동아시아 낭만파의 선구, 인상파의 남상으로 본다. 멀리는 우키요에도 당시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夜思〉 李白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달이 툇마루를 비추는 밤 이백이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는 짧은 순간의 생각을 포착하여 쓴 명시이다. 너무 유명한 시라 해석할 필요도 없다. 우키요에의 한 장면이라 할 것이다. *** 필자가 말하는 당시唐詩의 저러한 특징, 곧 이미지즘은 실제 현대 영시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해, 20세기 벽두 이미지즘 열풍을 일으키며 T. S. 엘리엇을 만든 에.. 2023. 7. 28.
[唐詩] 宣州謝朓樓餞別校書叔雲: 李白 棄我去者 昨日之日不可留 亂我心者 今日之日多煩憂 長風萬里送秋雁 對此可以酣高樓 蓬萊文章建安骨 中間小謝又淸發 俱懷逸興壯思飛 欲上靑天覽日月 抽刀斷水水更流 擧杯銷愁愁更愁 人生在世不稱意 明朝散髮弄扁舟 고민은 칼로 베어도 물처럼 계속 이어지고 술로 시름을 녹이려 해도 술이 깨면 다시 시름은 이어진다. 이 시는 앞쪽에 고민과 시름에 대해 쓰고 중간에 사조루에 대해 읊다가 마지막에 다시 고민과 시름에 돌아오고 있다. 사조루와 고민과 시름은 전혀 별개의 존재 같은데, 누각에 오르는 동안에도 번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을 생각의 순서 그대로 적어간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필자는 새긴다. 훙미롭게도 교서 숙운을 전별한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사조루는 전별 때문에 갔겠지만, 이백의 마음 속에는 뭔.. 2023. 7. 27.
아침엔 흐드러진 꽃이 저녁이면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고풍古風]이라는 제하의 시 일부다. 천진교에 삼월이 찾아드니 집마다 복사오얏 만발하네 아침엔 애 끊는 꽃이었다가 저녁엔 동쪽 물 따라흐르네 앞선강물 뒷물이 밀어내듯 옛날은 지금과 이어 흐르네 새 사람은 옛 사람과 다르니 해마다 다리에서 놀며즐기네 天津三月時 千門桃與李 朝爲斷腸花 暮逐東流水 前水複後水 古今相續流 新人非舊人 年年橋上遊 2019. 5. 5.
복사꽃 흐르는 예가 별유천지 한시, 계절의 노래(306) 산중문답(山中問答) [唐] 이백(李白) / 김영문 選譯評 푸른 산에 깃든 마음무엇이냐 물어와도 웃으며 답 않으니마음 절로 한적하네 복사꽃 뜬 계곡 물아득히 흘러감에 여기가 별천지인간 세상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窅然去, 別有天地非人間. 현실에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꿈꾼다. 기실 고통 없는 시대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언제나 유토피아를 꿈꾸며 산다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중국 동진(東晉) 도연명(陶淵明)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봄날 복사꽃잎이 떠내려 오는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복사꽃은 아련한 분홍빛으로 봄날의 산하를 곱게 물들인다. 가야산 홍류동(紅流洞) 계곡이나 지리산 화개동(花開洞) ..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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