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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31

푸른 하늘에 토설하는 시 푸른 하늘을 종이 한 장 삼아 내 뱃속의 시를 적으리라 - 이백(702-762) *** Editor's Note *** 태백은 호방하다지만 난 그를 볼 때마다 불쌍해 죽을 지경이다. 그의 본령은 파토스 pathos지 호방은 무슨 얼어죽을? 저 구절은 이태백 망여산오로봉望廬山五老峯, 곧 여산 오로봉을 바라보며 라는 시 후반부로 전체는 다음과 같다. 五老峰爲筆 오로봉으로 붓을 삼고 三湘作硯池 삼상 강물은 벼루에 담네 靑天一張紙 푸른 하늘 종이 한 장 삼아 寫我腹中詩 내 마음 속 시를 적으리라 이 시를 안중근이 좋아한 듯, 이를 쓴 그의 필적이 전하니 아래가 그것이라, 안중근기념관 이주화 선생이 소개한다. 2023. 10. 20.
인상파 이백李白 언젠가 당시는 일본 와카의 선구를 이룬다고 썼었지만, 당시唐詩가 순간을 포착하고 사람의 심리를 잡아내는 수준은 정말 대단하다. 그 미묘한 찰나의 순간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까닭이다. 필자는 당시야 말로 동아시아 낭만파의 선구, 인상파의 남상으로 본다. 멀리는 우키요에도 당시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夜思〉 李白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달이 툇마루를 비추는 밤 이백이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이는 짧은 순간의 생각을 포착하여 쓴 명시이다. 너무 유명한 시라 해석할 필요도 없다. 우키요에의 한 장면이라 할 것이다. *** 필자가 말하는 당시唐詩의 저러한 특징, 곧 이미지즘은 실제 현대 영시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해, 20세기 벽두 이미지즘 열풍을 일으키며 T. S. 엘리엇을 만든 에.. 2023. 7. 28.
[唐詩] 宣州謝朓樓餞別校書叔雲: 李白 棄我去者 昨日之日不可留 亂我心者 今日之日多煩憂 長風萬里送秋雁 對此可以酣高樓 蓬萊文章建安骨 中間小謝又淸發 俱懷逸興壯思飛 欲上靑天覽日月 抽刀斷水水更流 擧杯銷愁愁更愁 人生在世不稱意 明朝散髮弄扁舟 고민은 칼로 베어도 물처럼 계속 이어지고 술로 시름을 녹이려 해도 술이 깨면 다시 시름은 이어진다. 이 시는 앞쪽에 고민과 시름에 대해 쓰고 중간에 사조루에 대해 읊다가 마지막에 다시 고민과 시름에 돌아오고 있다. 사조루와 고민과 시름은 전혀 별개의 존재 같은데, 누각에 오르는 동안에도 번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을 생각의 순서 그대로 적어간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필자는 새긴다. 훙미롭게도 교서 숙운을 전별한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사조루는 전별 때문에 갔겠지만, 이백의 마음 속에는 뭔.. 2023. 7. 27.
아침엔 흐드러진 꽃이 저녁이면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고풍古風]이라는 제하의 시 일부다. 천진교에 삼월이 찾아드니 집마다 복사오얏 만발하네 아침엔 애 끊는 꽃이었다가 저녁엔 동쪽 물 따라흐르네 앞선강물 뒷물이 밀어내듯 옛날은 지금과 이어 흐르네 새 사람은 옛 사람과 다르니 해마다 다리에서 놀며즐기네 天津三月時 千門桃與李 朝爲斷腸花 暮逐東流水 前水複後水 古今相續流 新人非舊人 年年橋上遊 2019. 5. 5.
복사꽃 흐르는 예가 별유천지 한시, 계절의 노래(306) 산중문답(山中問答) [唐] 이백(李白) / 김영문 選譯評 푸른 산에 깃든 마음무엇이냐 물어와도 웃으며 답 않으니마음 절로 한적하네 복사꽃 뜬 계곡 물아득히 흘러감에 여기가 별천지인간 세상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窅然去, 別有天地非人間. 현실에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꿈꾼다. 기실 고통 없는 시대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언제나 유토피아를 꿈꾸며 산다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중국 동진(東晉) 도연명(陶淵明)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봄날 복사꽃잎이 떠내려 오는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복사꽃은 아련한 분홍빛으로 봄날의 산하를 곱게 물들인다. 가야산 홍류동(紅流洞) 계곡이나 지리산 화개동(花開洞) .. 2019. 4. 3.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태백太白 이백李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 4首 중 봄노래인 춘가春歌다. 秦地羅敷女 진나라땅 나부라는 여인采桑綠水邊 푸른 강가에서 뽕을 따네 素手青條上 섬섬옥수 푸른 가지에 올리니紅粧白日鮮 붉은 화장 햇살에 곱기만 하네 蠶飢妾欲去 누에가 배고파요 저는 가니 五馬莫留連 태수님 껄떡거리지 마오 蠶飢妾欲去...누에가 배가 고프데요, 그러니 저는 갑니다. 이 표현에서 태백다운 발상을 보거니와, 그게 아니라 해도, 나부라는 아리따운 여인이 뽕을 따는 모습을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역시 태백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아래 주석에 보이거니와, 이에 등장하는 나부(羅敷)라는 여성은 특정 실제 인물이라기보다는, 뽕 따는 젊은 처자 혹은 유부녀로 항용 등장하는 인물이라, 그는 언제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2019.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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