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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306)
산중문답(山中問答)
[唐] 이백(李白) / 김영문 選譯評
경주 월암재에서
푸른 산에 깃든 마음
무엇이냐 물어와도
웃으며 답 않으니
마음 절로 한적하네
복사꽃 뜬 계곡 물
아득히 흘러감에
여기가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窅然去, 別有天地非人間.
경주 분황사에서
현실에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꿈꾼다. 기실 고통 없는 시대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우리는 언제나 유토피아를 꿈꾸며 산다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중국 동진(東晉) 도연명(陶淵明)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봄날 복사꽃잎이 떠내려 오는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복사꽃은 아련한 분홍빛으로 봄날의 산하를 곱게 물들인다.
가야산 홍류동(紅流洞) 계곡이나 지리산 화개동(花開洞) 계곡도 복사꽃 흐드러진 무릉도원(武陵桃源) 입구임을 암시한다. 유토피아는 멀리 있지 않다. 봄 산 계곡을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그 입구를 찾을 수 있다.
이백은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한다. 그는 계곡 먼 곳의 도화원을 찾지도 않는다. 봄이면 복사꽃 피는 산속에 사는 자신이야말로 혼란한 세상을 떠나온 일민(逸民) 즉 신선임을 비유한다. 삶 자체가 유토피아이므로 이보다 더 지극한 유미주의는 없다.
주위를 살펴보아 분홍 꽃잎 만발한 복숭아나무 서너 그루가 서있다면 그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다. 아니 꼭 복사꽃일 이유도 없다. 봄꽃 만발한 이 땅 어느 곳이든 그곳이 바로 별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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