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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4

비 오는 입추 오라버니 입추인데, 비가 많이 내려요. 올 여름은 그렇게 더운 것도 모르고 지나갔어요. 사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온 세상이 역병으로 난리여, 숨죽이며, 와중 나름 바쁘게 지낸 것 같은데 뒤돌아 보니 이룬 것도 없는 것 같고... 그렇게 보냈네요. 오라버니는 잘 지내셨나요? 입추 지나면 곧 *처서오겠지요. 저는 모기에 잘 물려 늘 종아리고, 팔뚝이고 울긋울긋한데... 얼른 처서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럼 모기들도 입이 삐뚤어져 더 이상 못 물겠죠?ㅎㅎ 야트막한 들에 풀과 뒤섞이어 조용히 피어있는 이 꽃을 보면 제가 생각난다던 오라버니. 사실 저는 이 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조용하고, 수수하고, 향도 없고... ‘왜 하필 이 꽃이야.’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이 아이도 나름 예쁘네요. 여기 온.. 2020. 8. 7.
가을문턱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137) 입추立秋 [송宋] 방저方翥 / 김영문 選譯評 별빛이 달빛처럼 넓은 하늘 비추는데 시름 겨운 잠이 깨니 밤은 자정 향해 가네 남은 더위가 침상을 괴롭혀도 무방하리 창너머 우는 나뭇잎 서풍에 흔들리니 星光如月映長空, 驚起愁眠夜向中. 殘暑不妨欺枕簟, 隔窗鳴葉是西風. 입추는 24절기 중 13번째에 자리하므로 양의 계절이 음의 계절로 바뀌는 첫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아직 처서處暑까지는 늙은 더위老炎의 끝이 돗자리를 뜨겁게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완연한 가을 기운을 풍긴다. 하늘은 점차 맑아져 한밤중 별들은 달빛처럼 찬란하게 우주만물을 비추고 창밖에는 어느덧 요란한 가을벌레 소리가 시름 많은 인간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서풍西風은 가을바람을 가리킨다. 금풍金風이라고도 한다. .. 2018. 8. 8.
입추에 울어대는 매미 한시, 계절의 노래(134) 저녁 더위로 연꽃 연못에서 놀다 다섯 수(暮熱遊荷池上) 중 넷째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입추인지라 남은 더위에 이르노니 어서 물러가라 야윈 매미 기운 많이 남아 있는지 석양에 소리 잦아들어도 쉼 없이 우네 也不多時便立秋, 寄聲殘暑速拘收. 瘦蟬有得許多氣, 吟落斜陽未肯休. 매미는 한 달 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눴을까? 거미줄에 매달린 매미 시신이 뜨거운 햇살에 말라간다. 오랜 기간 땅 속에서 살다가 짧은 이승의 삶을 마치고 허공에다 영원히 몸을 묻었다. 뜨겁던 사랑, 뜨겁던 여름도 그렇게 물러나고 있다. 이 숨 막힐 것 같은 무더위도 담담하게 망각되어 어느 순간 추억으로 변하리라. 왕가위王家衛의 명화 동사서독東邪西毒에.. 2018. 8. 8.
대서는 곧 가을의 문턱 한시, 계절의 노래(127) 대서大暑 [금金] 조원趙元 / 김영문 選譯評 메마른 구름 불 날리며 넓은 하늘 태우니 흰 태양이 완전히 시루 속에 떨어진 듯 광한궁 얼음 굴에 가지 못한 상황이라 부채 끝으로 얼마나 바람을 일으키랴 旱雲飛火燎長空, 白日渾如墮甑中. 不到廣寒氷雪窟, 扇頭能有幾多風.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아내린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더우면 염소뿔까지 녹아내릴까? 올해 더위는 정말 염소 뿔만 아니라 황소뿔도 녹일 지경이다. 대서는 24절기 중 열두번째이므로 연중 딱 절반에 해당한다. 대개 초복과 중복 사이에 위치하며 1년 중 가장 더운 때라 해서 이리 일컫는다. 대서 다음 절기가 입추立秋이니 이제 곧 가을로 들어선다. 물론 가을로 들어섰다고 해서 금방 더위가 물러가지는 않는다. 입추로부터 말복末伏 .. 2018.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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