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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사4

남한산성 장경사에서 토로하는 울분 강한집江漢集 제1권 / 시詩 장경사에서 묵다 을묘년〔宿長慶寺 乙卯〕 남한산성 지세 매우 험준해 등성 이은 백치 높이 성이라 가까스로 산속 절에 올라 밤새도록 피리 소리 듣네 황량한 성벽엔 고요한 자비 구름 싸늘한 초소엔 밝은 지혜 달빛 말 물먹이는 자들을 어찌 막으랴 적 깃발 펄럭임 참을 수 없었네 옛날 숭정 시대에 청해가 구원병 냈네 동쪽 강에선 북소리 진동하고 북쪽 항구엔 배가 늘어섰네 만리 길 군사 오기 어려워 하루아침 맹약이 이루줬네 충신은 분노로 배 찌르고 곧은 선비 다투며 글 찢네 능욕 당한 일도 서러운 마당에 맑아지는 황하 보지 못하네 법당엔 여직 한이 남았는데 성벽엔 새벽 기러기 울며가네 南漢極天險。連岡百雉城。聊登山上寺。終夜聽笳聲。荒堞慈雲靜。寒譙慧月明。何能防飮馬。不忍見懸旌。昔在崇禎世。靑海出.. 2023. 6. 3.
두부공장, 살아남기 위한 불교의 선택 한 사람이 돌리기엔 좀 거북하게 덩치가 큰 맷돌이다. 본래 자리는 아닐 것이며 또 기계 가공흔적이 없으니 근대 이전이리라. 혹 모를 일이다. 남한산성 성벽 쌓기 노가다 동원된 스님들이랑 그 인부들 먹이겠다고 두부를 만든 그 맷돌인지도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본 그 어떤 글에서도 노가다꾼 위해 콩 갈았다는 기록은 본 적이 없다. 절간에서 두부를 만들어 대령했다는 기록은 적지 않게 남았지만 거의가 개인 집안 공장으로서의 그것이다. 조선왕조가 특정한 잠깐 시기를 빼고선 불교를 시종 억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직면해 생존위기에 처한 절간도 응전하게 되는데 첫째 고시원 제공 둘째 등산하는 유력자들 산길 업어주기 셋째 제지출판공장 겸업 넷째 두부 만들기다. 두부공장으로서의 사찰은 추후 별도 자리를 마련한다... 2023. 5. 30.
세계유산 갓빠각閣 명색이 세계유산이라는 남한산성 버퍼존도 아닌 등재구역 안에 있으며 더구나 저 장경사는 남한산성 쌓으면서, 또 구간별 성벽을 맡아 축조한 당당한 주체로써 그 명맥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며, 그런 까닭에 저 사찰 자체가 세계유산 일부임에도 대웅전 뒤안 수풀 속 산신각은 저 모양이라 그제 죽죽 내린 비도 있고 그것이 아니라 해도 비가 죽죽 새는 바람에 저 모양 저꼴이라 저 모습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주지스님께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주지스님, 산신각 이름 바꾸시죠. 갓빠각으로" 2023. 5. 29.
꽃절 모란사 망월사 산만 산란한 인근 장경사와는 달리 이곳은 경내 들어서자 분냄새 진동이라 사방이 꽃이다. 한데 그 분내음 익숙해서 보니 모란이라 천지사방 모란 잔치다 저 아랫마을 모란은 이미 져서 씨방 남겼는데 이곳은 산골이라 그런가 지금이 한창이다. 풍경 산마루에 걸린다 뒤안에선 요란히 나무 찍는 소리 살피니 딱따구리 굴참나무 쪼아댄다. 대가리 한껏 뒤로 제쳤다가 이마빡 내려찍는데 김일이다. 대갈통 살아남는 게 신기할 뿐이다. 주변이 꽃밭이라 틀림없이 비구니 사찰이라 비구 사찰 이럴 리 없거니와 아니나 다를까 비구니 주지 스님 함박웃음 지으며 맞는다. 딱따구리 장단에 맞은 편 능선에선 산비둘기 꾹꾹 울어댄다. 스님은 아해들과 놀아주고 시골장터 같은 장경사완 달리 한적 고적이라 동행한 이 말하기를 나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 2019.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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