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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9

황룡사에서 바라보는 선도산 낙조 美란 무엇인가?이 물음에 나라고 무슨 뾰죽한 쾌변快便이 있으리오? 그럼에도 그 실체 오리무중인 美를 절감하는 순간만큼은 대략 알아차리니, 문득 시리도록 보고픈 사람을 떠올리게 하면 그 장면이 美요, 그때 떠오르는 사람이 진정한 너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조울증 혹은 우울증 환자가 아닐진대, 마양 죽고픈 마음이 들면, 그런 상념을 문득 키운 경관이 곧 美라고 보면 대과가 없다. 경주 황룡사터에서 그 서쪽 산도산 너머 해 지는 광경 본 적 있는가? 보아도 보아도 물리지 않는 명장면, 그래서 언제나 그 자리 그 순간에 서면 가슴 아리며, 언제나 그 아린 과거가 파로라마처럼 롤을 이뤄 흘러가며, 목놓아서는 사는 게 왜 이리 좆같냐 부르짖고픈 그런 장소요 그런 시간이다. 그 붉음을 나는 늘 경이하며 찬탄한다. 저 .. 2019. 3. 19.
장진주將進酒, 술로 토해낸 이태백李太白의 허무虛無 고주망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환락의 갈구가 아니라 시름을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태백太白이 말한 '만고의 시름[萬古愁]'은 무엇이겠는가? 허무 아니겠는가? 덧없음 아니겠는가?살고 싶다는 발악 아니겠는가? 그리움 아니겠는가? 갈구 아니겠는가? '但願長醉不願醒'...바라는 건 오직 오래도록 고주망태 되어 깨어나지 않았으면 할 뿐이라는 말에서 클라이막스를 이룬다고 나는 본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태백에 구토한다. 그 절절함과 파토스pathos에 절규한다. 그리하여 저 고주망태를 나는 이리 읽는다. 너가 보고 싶노라 피를 토한다. 미치도록 그립노라 발광하며 울부짖는다. 이태백 장진주(將進酒) 전문이다. 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는가黃河之水天上來 황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선奔流到海不復回 미친 듯 흘러 바다로 가선.. 2019. 2. 10.
살아 백년도 못사는 인생, 고로 Carpe Diem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생[생년불만백·生年不滿百]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 제15 백년도 되지 않는 인생늘 천년 근심 품고 사네 짧은 낮 긴 밤 근심이라 촛불 켜고 놀지 않으리오 즐거움은 누릴 때가 있어내년을 어찌 기다리리오 어리석은 이 재산 아끼다후세 비웃음만 사기 마련왕자교는 신선이 되었지만 그처럼 되기는 어렵다네 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晝短苦夜長 何不秉燭遊爲樂當及時 何能待來玆 愚者愛惜費 但爲後世嗤 仙人王子喬 難可與等期 전형적인 카르페 디엠 Carpe Diem, 곧 seize(catch) the day를 제창하나, 언제나 이런 쾌락주의 에피규리언 이면에는 짙은 니힐리즘을 동반하기 마련이라, 후한대에 유행한 이 시편 역시 짙은 인생무상을 노래한다. 이 시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후대 불후한 절편絶篇을 낳으니, .. 201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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